조양호 "정부지원 받는 외국선사와 출혈경쟁 어려웠다"(종합)

"직접적 간접적으로 지원 협조했지만 제가 부족해서 정부 설득 하지 못했다"고 언급

[아시아경제 구채은 기자]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4일 열린 국정감사에서 "정부의 지원을 받는 외국선사들의 물량공세를 사(私)기업으로서 감당하기 어려웠다"고 거듭 강조했다.

조 회장은 이날 산업은행 국정감사 증인으로 참석해 한진해운의 법정관리행과 관련해 배경을 묻는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또 정부와의 한진해운 회생과 관련한 협상이 불가능했냐는 질문에 "직접적 간접적으로 한진해운에 대한 설명을 했고 지원 협조를 부탁했지만 제가 부족해서 설득을 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조 회장은 특히 "외국선사들이 막대한 정부 지원을 받아 물량공세와 저가공세로 출혈경쟁에 나서면서 사기업으로서 경쟁을 하는데 한계를 느꼈다"면서 "(그래서) 할 수 없이 자율협약을 요청했다"고 설명했다.

현대상선의 인수를 통한 회생을 묻는 질문에 대해서 "정부 나름의 기준과 원칙에 따라 결정할 것으로 본다"며 말을 아꼈다. 다만 한진해운의 회생과 관련해선 "경영은 누가 하던간에 해운업은 살려야 한다"면서 "한국 수출물량 90% 이상을 해운업에 의존하는 이상 해운업이 살아야한다는 것이 물류산업에 대한 사견이다"고 말했다.

조양호 회장은 "한진해운 법정관리와 물류대란 사태에 대해 국민들께 죄송하다"면서 "법정관리를 막기 위해 2014년 한진 인수 후 2조원의 유동성을 공급했다"고 언급했다. 그는 "대한항공의 알짜기업인 에스오일을 매각하는 등 한진해운의 유동성을 공급하기 위해 노력해 4분기동안 영업익을 달성하고 부채비율을 1400%에서 800%를 낮췄다"면서 "하지만 외국선사들의 수십조원에 달하는 정부지원과 그로 인한 출혈경쟁을 버티기 어려웠다"고 말했다.

한진해운에 물류대란 해소 자금으로 내놓은 400억원대의 사재출연은 전 재산의 20%라고 말했다. 이에 심상정 정의당 대표는 사재출연을 결국 전 재산의 1/5 수준으로 한 셈인데 이것이 적정 수준으로 보냐고 지적했다. 이에 조 회장은 "하역과 관련해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기에 돈을 낸 것"면서 "물류대란에 들어간 것에 대해선 책임을 통감하고 있다. 이에 대한 변명은 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한진해운의 유형자산을 현대상선으로 옮겨 영업망을 유지하는 것이 가능하냐고 보는 질문에 대해 "무형자산이기 때문에 다른 업체가 그것을 가져간다고 하더라도 보존하기 어려울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빠른 시일 내에 회생을 한다면 (무형자산도) 보존이 가능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물류대란 문제 해결과 관련해서는 "해상에서 40척 이상이 남아있는데 10월말까지 대부분이 해결이 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고 답했다. 또 "한진해운의 공백은 외국선사들이 채울 것이고 결과적으로 한진해운은 대형선사들간의 치킨게임에서 진 것이라고 본다"고 설명했다.

조 회장은 "최은영 전 회장과 같이 해운업을 모르는 사람들에 의해서 (한진해운이) 굉장히 부실해졌다. 그것을 궤도에 올려놓으려고 인수를 했고 노력했지만 사기업으로서 대 외국선사들과 경쟁하기에 역부족이었다. (그래서) 할 수 없이 법정관리 신청했다. 선원과 항만사업을 하는 분들께 죄송하다"고 말했다.

지난 9월8일 열린 서별관 청문회 당시 나왔던 발언과 정면 배치되는 언급이 나오기도 했다. 석태수 한진해운 사장은 "법정관리 전에 (금융당국으로부터) 화물이나 운송정보를 요청받은 적이 없다"고 말했다. 이는 서별관 청문회에서 임종룡 금융위원장이 "한진해운에게 물류대란 문제 때문에 법정관리 전에 화물과 운송정보를 요청했지만 받을 수 없었다"고 언급한 것과 정면으로 배치되는 발언이다.

이와 관련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역시 "소통이 잘못된 것인지 몰라도 해양수산부와 금융위에 물류대란이 일어난다는 것에 대해 분명히 설명을 했다"고 말했다.

평창올림픽 조직위원장에서 물러난 것이 정부의 압력이 있었느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한진해운과 평창올림픽 두가지 업무에 더해 대한항공까지 하기가 어려웠다"며 개인적인 결정이었다고 밝혔다.

구채은 기자 faktum@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