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레라는 19세기 이후부터 20세기 초반까지 전 세계적으로 유행하며 많은 이들의 목숨을 앗아갔다. 지난해 메르스에 이어 거제와 부산에서 콜레라 환자가 잇따라 발생하면서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감염병 공포와 함께 졸지에 콜레라로 큰 타격을 입은 이들이 있다. 횟집과 초밥집을 운영하는 사람들이다. 1~3번째 콜레라 환자는 거제지역에서 해산물을 먹은 뒤 감염된 것으로 보건당국은 발표했다. 부산지역에서 확인된 네 번째 환자는 한 식당에서 초밥을 먹은 이후 설사증세를 보였다고 밝혔다. 이 때문에 횟집과 초밥집이 직격탄을 맞았다.
1961년에는 아시아를 시작으로 서남아시아, 아프리카, 유럽에까지 전파됐다. 1991년 콜레라 유행으로 남아메리카 10개국에서 39만 명 이상의 환자가 발생했다. 1997년에는 전 세계적으로 14만7000명 이상이 보고됐다. 아직 콜레라는 끝나지 않았다. 2013년에 전 세계 47개국에서 사망자 2012명을 포함해 12만9064명이 보고됐다.
우리나라도 1980년(145명), 1991년(113명), 1995년(68명)에 콜레라 유행이 있었다. 2001년 경상도 지역을 중심으로 전국적 유행이 일면서 162명(확진환자 142명)의 환자가 발생한 바 있다. 2003년 이후 해외유입환자가 대부분이었다. 올해 콜레라 환자가 발생하면서 2001년 이후 15년 만에 국내에서 콜레라가 발생한 것이다.
콜레라는 여러 가지 유형이 있다. 이중 콜레라 독소를 발현하는 균체 항원형은 O1, O27, O37, O139 네 가지가 있다. 특히 O1과 O139형은 집단 유행을 일으킨다. 여기에 O1과 O139형은 물속에서 장시간 생존이 가능하다. 국내에서 발생한 1~3번째 환자가 이 유형에 속했다. 전파경로는 다양하다. 선진국의 경우 어패류 등의 해산물 식품매개로 전파된다. 개발도상국가의 경우 콜레라균에 감염된 사람의 분변처리가 잘 되지 않아 수로, 지하수, 식수 등이 오염돼 주변 사람들에게 옮기는 경우가 많다. 아주 드물게는 환자 또는 병원체보유자의 대변이나 구토물과 직접 접촉해 감염이 일어난다.
잠복기는 6시간~5일 정도인데 평균 2~3일로 보고 있다. 콜레라에 감염되면 무증상이 많다. 증세가 심한 경우는 5~10% 정도이다. 10명중 1명 정도가 콜레라 감염으로 고통을 받는 셈이다. 복통 없이 쌀뜨물 같은 심한 수양성 설사가 갑자기 나타나는 것이 특징이다. 가끔 구토를 하고 탈수, 저혈량성 쇼크 등으로 사망에 이르는 경우도 있다. 열은 없고 전해질 불균형으로 근육경련이 일어난다.
◆올해 발생한 국내 콜레라 원인은=현재까지 역학조사 결과 1~3번째 콜레라 환자는 거제지역의 해산물을 통해 감염된 것으로 확인됐다. 오염된 해수가 '콜레라의 주범'이라는 것이다. 부산에서 확인된 네 번째 환자는 1~3번째 환자와 유전자형이 달랐다. 필리핀에서 발생한 콜레라와 99% 유전자형이 일치했다. 콜레라 발병직전 여행경험이 있어 필리핀에서 감염된 것이 거의 확실시된다. 문제는 아직 특정 오염원을 지목하지 못하는데 있다.
지난달 22일 첫 환자(남, 59세)가 발생한 이후 25일 두 번째 환자(여, 73세), 30일 세 번째 환자(남, 64세)가 발생했다. 1~3번째 환자의 유전자지문감식 결과 같은 형으로 나타났다. 이어 부산에서 네 번째 환자(남, 46세)가 지난 3일 확인됐다. 네 번째 환자의 콜레라 유전자지문을 분석한 결과 1~3번째 환자와 달랐다.
◆예방법은 '손 씻기'·'익혀 먹기'·'끓여 먹기' = 공중위생과 함께 개개인의 철저한 위생관리가 콜레라 예방의 가장 중요한 방법으로 떠오른다. 콜레라를 예방하기 위해선 '손 씻기', '익혀 먹기', '끓여 먹기' 등 3대 예방 요령을 준수해야 한다.
음식물을 조리할 때는 충분히 가열을 하고 깨끗한 식수를 사용해 음식을 해야 한다. 또 남은 음식물은 즉시 버려서 부패한 음식물쓰레기와 식재료가 같은 공간에 놓이지 않도록 해야 한다. 어패류 및 해산물은 충분히 익혀먹고 회같이 날음식을 먹을 때는 더욱 위생에 신경 써야 한다.
조리를 하는 손은 물론 도마, 칼, 행주 등 주방용품들도 모두 소독과 건조를 철저히 해서 콜레라균이 번식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또 콜레라 감염경로는 호흡기가 아닌 소화기 전염병이기 때문에 단순히 같은 공간에 있다고 해서 콜레라 전염이 이뤄지지는 않는다. 장염이나 배탈이 난 환자가 주변에 있다면 철저히 격리 및 위생관리를 철저히 해서 2차 감염을 예방해야 한다.
콜레라 백신의 예방률은 50~60%로 콜레라 위험지역인 인도나 방글라데시 등을 장기 체류, 여행을 목적으로 방문할 계획이라면 백신을 접종하는 것이 좋다.
콜레라 환자에게는 그동안 손실된 수분과 전해질을 보충하기 위해 수액을 주입해 체내 전해질 불균형을 교정하는 것이 주된 치료방법이다. 구토가 없고 중중의 탈수가 동반되지 않는 경우에는 경구 수액 보충이 가능하다. 항생제 투여는 반드시 필요하지는 않으나, 증상의 진행 속도를 늦추고, 수분손실을 줄여주며, 균 배출 기간을 단축시킬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문수연 강동경희대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콜레라는 주로 무더운 여름에 날 것이나 설익은 해산물을 통해 감염되는 경우가 많다"며 "평소 물과 음식은 철저히 끓이거나 익혀서 섭취해야 하고 손 씻기와 같은 철저한 개인위생관리를 한다면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조강욱 기자 jomarok@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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