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겐 드문 일이지만, 변호사들에게는 이런 상황이 상당한 골칫거리인 모양입니다. 먼 지인이 무료상담을 받으려고 하는 정도는 애교이고, 사건을 맡길 것처럼 여러 법률사무소를 돌아다니면서 법적 지식과 의견을 모으는 이들도 적지 않다고 합니다. 비슷한 이야기를 정신과 의사에게서도 들은 적이 있습니다. 장시간 상담을 한 다음, 무슨 비싼 약을 쓰는 것도 아닌데 왜 이렇게 진료비가 높으냐며 화내는 이들이 있다는 것이지요.
의료분야도 예외가 아닙니다. 저는 세계적으로 우리나라만큼 의료서비스 접근성이 좋은 나라가 없다고 생각해왔습니다만, 최근 몸에 작은 종기가 난 아들을 위해 주변 외과를 검색하면서 생각이 좀 달라졌습니다. 제가 사는 지역에는 일반 외과치료를 감당할 의사는 딱 한 분, 은퇴를 앞둔 노령의 선생님 밖에 없더군요. 그 분 말씀으로는 피부과질환을 치료하는 피부과가 모두 미용중심으로 바뀌어서 이제 피부병을 치료하는 피부과도 동네에 없다고 합니다. 씁쓸했습니다. 우리가 건강보험을 통해 더 싸게 더 싸게 의료서비스를 추구한 결과, 비보험 진료는 넘치고, 진짜 필요한 치료는 찾기 어려워지고 있다는 두려운 마음이 들었습니다.
꼭 전문가 서비스만 문제인 것도 아닙니다. 다른 이의 경험과 시간을 싸게 얻고자 하는 욕심은 결국 우리 스스로의 가치를 낮추는 부메랑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때로 이렇게 쉽게 얻는 서비스가, 서비스를 제공하는 이들의 희생 위에 쌓아 올려진 것은 아닌지 생각해보면서 무섭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김도현 국민대 경영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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