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뉴스]입사원서에, '부모 스펙' 왜 쓰라는 거죠?

인사담당 "불이익은 없고 당락과는 상관없다"지만, 17.9% 영향 미친다는 통계

하반기 공채시즌 입사지원서를 쓰던 취업준비생 박모(26)씨는 당황했습니다. 부모님의 '신상정보'를 써야했기 때문이죠.

아직도 많은 국내 기업들이 지원자에게 직무와 무관한 인적사항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고용노동부와 대한상공회의소 조사결과 518개 기업중 78.8%가 '가족관계 요구'

부모의 직업, 직위, 학력에 심지어 월수입이나 재산 상황까지 묻는 곳도 있습니다.


인사담당자의 대답은 한결같습니다. "참고사항일 뿐 불이익을 받거나 취업당락을 좌우하는 경우는 없다" 하지만

채용 시 부모 배경이 미친 영향 17.9% '영향을 미친다'

영향을 미치는 이유로는

'인성에 영향을 미쳐서'(57.3%)
'직업관 및 가치관 형성에 영향을 미쳐서'(55.1%)
'신원이 보증되는 거라서'(21.3%)
'회사가 직원 부모 도움을 받을 수 있어서'(10.1%)

-사람인 기업 인사담당자 498명 조사결과(2016.05)

가득이나 좁아진 취업문 취업준비생들은 이런 항목마저 신경쓰일 수 밖에 없습니다.

"내 소개를 하는 것인지, 부모 소개를 하는 것인지 모르겠다. 쓰라고 하니까 쓰지만 신상털리는 기분이다"
-취업준비생 박모(26)씨

"취업은 내가하는 데 왜 부모님 학력이 필요한 지 궁금했다. 부모님 두분 다 중졸이신데 부끄러웠던 적은 없지만 주위에 집안배경 좋은 친구들을 보면서 내심 신경쓰였다"
-취업준비생 이모(28)씨

미국, 유럽 등 선진국 기업들의 경우 채용할 때 나이나 가족관계 등을 요구하면 차별금지법 위반으로 처벌받습니다.

우리나라도 정부에서 나서서 '입사지원서 차별항목 개선안', '표준이력서' 등을 제시했지만 별 효과는 없었죠. 지난 19대 국회에는 이런 차별을 법으로 제한하자는 '고용정책 기본법' 개정안이 자동폐기가 됐습니다.

매번 들려오는 정치인 자녀 채용특혜 논란은 청년들을 허탈감에 빠지게 만들죠.

부모의 스펙이 취업에 조금이라도 영향을 준다면 출발부터 공정한 경쟁이라고 할 수 없습니다.

하반기 기업 채용 시장이 문을 열었습니다.
청년들은 '가진 것'말고 '가능성'을 평가받기 원합니다.

부애리 기자 aeri345@asiae.co.kr
이진경 디자이너 leejeen@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