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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덕의 디스코피아 30] Jack Bruce - Songs For a Tailor(19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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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스의 에이스, 홀로 길을 걷다

Jack Bruce - Songs For a Tailor(1969)

Jack Bruce - Songs For a Tailor(19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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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9년, ‘기타의 신’ 에릭 클랩튼(Eric Clapton)과 ‘드럼의 마왕’ 진저 베이커(Ginger Baker), 그리고 ‘베이스의 에이스’ 잭 브루스(Jack Bruce)가 함께 한 슈퍼그룹 크림(Cream)은 해체한다. 명예의 전당을 예약한 골퍼처럼 화려한 퇴장이었다. 전설이 되어 흩어진 이들은 아직도 20대 중반이었다. 보여줄 것도 시간도 많았다. 결투하듯 연주하던 세 젊은이는 이후 활동도 경쟁하듯 서둘렀다. 클랩튼과 베이커는 블라인드 페이스(Blind Faith)를 결성했다. 브루스는 첫 솔로 앨범을 냈다. 달력은 아직도 1969년이었다.

브루스는 최고의 연주자들이 모인 밴드에서도 돋보였다. 받쳐주는 리듬악기일 뿐이었던 베이스에 대한 인식을 박살냈던 연주는 두말할 나위도 없다. 브루스의 또 다른 진가는 크림의 대표곡을 만든 그의 작곡능력이다. 그리고 혼자가 된 에이스는 연장이 아닌 변화를 택했다. 그의 첫 앨범은 록을 기반으로 재즈와 블루스의 색채가 짙다. 크림 시절을 생각하면 변화겠지만, 크림 이전 그가 재즈와 블루스를 연주하던 콘트라베이스주자였다는 사실을 상기하면 이는 변화가 아닌 회귀다. 크림의 음악 역시 블루스의 뉘앙스가 강했다. 브루스는 옛사람에 대한 인사도 잊지 않았다. ‘재단사를 위한 노래들(Songs for a Tailor)’은 크림의 의상을 맡았던 지니 프랭클린(Jeannie Franklyn)에게 헌정된 제목이다.
크림을 추억하지 않아도 이 앨범은 훌륭하다. 특히 트리오 체제에서 잘 드러나지 않던 브루스의 다재다능함과 음악적 다양성은 만족을 보장한다. 베이스와 보컬은 물론 오르간과 기타, 피아노 등을 연주하며 훌륭한 선율을 만들었다. 특유의 베이스가 여전히 꿈틀대는 가운데, 앨범을 차지하는 다른 악기들은 관악 세션과 어쿠스틱 기타다. 포문을 여는 ‘네버 텔 유어 마더 쉬즈 아웃 오브 튠(Never Tell Your Mother She's Out of Tune)’의 관악 세션부터 예사롭지 않은데, 이 곡의 흥미로운 점은 수수께끼 같은 세션이다. 기타 세션의 르안젤로 미스터리오소(L'Angelo Misterioso, 미스터리)의 정체는 다름 아닌 조지 해리슨(George Harrison)이다. ‘더 미니스트리 오브 백(The Ministry of Bag)’까지 브라스가 신나게 달린다면, ‘히 더 리치몬드(He the Richmond)’의 찰박거리는 기타 톤은 디저트처럼 청량하다. ‘투 아이젠가르드(To Isengard)’의 쓸쓸한 기타 톤은 브루스의 보컬과 조화를 이루며 기분 좋은 고독감을 부른다. 곡의 후미에 갑작스레 이어지는 짐승 같은 베이스 솔로는 브루스의 인장이다.

잭 브루스의 홀로서기는 여전히 대단한 연주와 다양성을 뽐냈다는 평가와 함께 영미차트에서 히트했다. ‘테마 프롬 언 이미지너리 웨스턴(Theme for an Imaginary Western)’이 마운틴(Mountain)과 레슬리 웨스트(Leslie West)에 의해 리메이크 되는 등 영향력도 발휘했다. 하지만 아쉽게도 이 앨범은 크림 이후 브루스의 최대 성공작으로 남아버렸다. 클랩튼과 베이커가 비상하며 크림을 자신의 일부로 축소시키는 동안 브루스는 크림 없이 설명되지 않는 존재가 되었다. 그렇다고 브루스의 커리어를 옛 동료들과의 비교하며 초라하게 보는 것도 온당치 않다. 베이스의 에이스는 마지막까지 한 번도 무성의하거나 형편없지 않았으며 꾸준하고도 열정적으로 자신의 음악을 했다. 이걸로도 충분하지 않은가. 애초에 명성은 차고 넘쳤으니 말이다.

■ '서덕의 디스코피아'는 … 음반(Disc)을 통해 음악을 즐기는 독자를 위해 '잘 알려진 아티스트의 덜 알려진 명반'이나 '잘 알려진 명반의 덜 알려진 아티스트'를 소개하는 코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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