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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언스 포럼]미래 과학기술행정체제 설계를 위한 조건

최종수정 2020.02.12 09:39 기사입력 2016.08.24 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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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난히 무더웠던 병신년의 여름도 처서를 맞아 한풀 꺾이고 저녁나절 불어오는 시원한 바람에 가을이 성큼 다가오고 있음을 느낀다. 항상 누구보다 앞서 미래로 달려가야 하는 소명이 부여된 과학기술계는 계절의 변화보다도 한발짝 먼저 새로운 미래를 열어갈 준비를 하고 있다. 일부 단체나 정치권을 중심으로 과학기술 분야의 미래에 대한 논의의 장을 열고 국가 미래의 변화를 이끌어 나갈 국가과학기술행정체제의 변화될 모습을 그리는 구체적인 논의들을 시작하고 있다.

 그동안 새로운 정권이 들어설 때마다 과학기술행정체제는 늘 변화와 부침이 있었기에 과학기술계는 변화의 시기가 다가오면 높은 기대감만큼이나 긴장감을 늦추지 않고 있다. 과학기술의 발전 속도가 빨라지면서 과학기술이 국가경제사회에 미치는 영향력도 점차 커져 왔지만 과학기술의 중요성에 대한 정치권의 인식 차이, 정부가 과학기술혁신을 어떻게 관리하고 추진할 것인가에 대한 정치적 견해 차이에 의해 행정체제의 구조가 다르게 설계되었고, 때로는 기대에 못미치는 실망스런 모습으로 다가왔기 때문이다.
 최근의 과학기술 발전은 혁명적 변화라는 단어로도 표현이 부족할 만큼 빠르고 거대한 모습으로 다가오고 있다. 제4차 산업혁명으로 대변되는 새로운 기술혁명이 정치ㆍ경제ㆍ사회ㆍ문화 등 모든 분야에 걸쳐 새로운 규범을 설정하고 게임 룰을 변화시킬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더구나 우리는 기술발전의 부작용으로 나타나는 양극화, 저성장, 저출산 등 경제사회문제들을 이미 경험하고 있다. 따라서 혁명적 기술변화가 가져올 경제사회적 영향을 파악하고 이에 어떻게 효과적으로 대응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기존의 과학기술 중심 행정체제만으로는 기술변화를 넘어서는 경제사회적인 거대한 변화를 감당해내기 어렵기 때문이다.

 새로운 과학기술행정체제는 기술혁명시대의 거대한 변화에 대응할 새로운 정책 방향과 정책 요소들을 효율적으로 담아낼 수 있어야 한다. 우선 고려해야 할 새로운 정책방향으로는 첫째, 그동안 정부가 추진해 온 기술공급정책을 시장혁신정책으로 전환해야 한다. 미래의 기술발전 속도가 너무나 빠르고 변화의 불확실성이 크기 때문에 정부가 기술개발시장에 직접 개입해 신기술 선정을 주도하고 집중적으로 육성해 온 신기술정책을 지양해야 한다는 의미이다. 대신 민간의 다양한 혁신과 공정한 경쟁을 독려하는 시장의 혁신환경 조성 역할로 전환해야 한다. 둘째, 신기술 수용을 위해 기술발전의 사회적 부작용과 갈등을 해소하는 사회혁신 부문을 정책적으로 중요하게 고려해야 한다. 인공지능, 로봇 등 신기술에 의한 기존의 일자리 잠식으로 사회격차 문제가 더 심각해질 우려가 있기 때문에 기술진보에 따른 사회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법, 제도 등의 규제 정비가 중요해진다. 일례로 자율주행자동차가 상용화될 경우 대규모의 실업자가 발생할 수 있는데, 심할 경우 21세기판 러다이트운동과 같이 신기술 저항운동이 나타날 수 있다. 기술혁신이 촉진되기 위해서는 사회적 안전망 확대, 재취업을 위한 교육기회 확대 등 기술진보의 과실이 사회적으로 공정하게 배분되도록 하는 제도적 장치 마련이 중요하다. 셋째, 기술진보가 가져온 일자리 부족 문제를 역설적이지만 기술혁신을 통해 극복해야 한다. 성장과 복지의 연계, 사회격차 해소를 위한 최선의 해법은 일자리 창출이다. 제4차 산업혁명시대의 가장 위협적인 요소는 역시 일자리 부족 문제이며 일자리 창출 성공 여부가 국가 발전의 성패를 좌우할 만큼 중대하게 될 것이다. 지금과 같은 협의의 과학기술계 일자리 창출을 넘어 국가 경제 전반의 일자리 확충이 과학기술혁신정책의 중요한 주제가 되어야 하는 이유다.

 요컨대 현재의 과학기술정책은 앞으로 과학기술혁신정책으로 확대되어야 하며 정책의 에너지도 혁신부문에 더 집중되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 정부의 역할도 직접적인 기술공급에서 규제정책 중심으로 이동해야 하며, 특히 신기술의 사회적 수용을 위해 기술혁신과 사회혁신의 동시적 접근이 필요하다. 미래의 과학기술행정체제는 과학기술 또는 R&D를 넘어 시장혁신과 사회혁신을 포괄할 수 있는 체제가 되어야 한다. 과학기술계와 정치권의 지혜로움이 요구되는 초가을 문턱이다.
 이민형 과학기술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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