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수년간 정부는 대학이 사회, 특히 기업의 수요에 잘 부합하는 인재를 길러야 한다는 입장을 지켜왔습니다. 기업들 입장에서 채용 후 훈련비용이 과다하다는 불만은 꽤 오래된 것이지요. 저도 직장에 다닐 때, "공부를 어떻게 했길래 이것도 못해"라고 신입사원을 타박하곤 했습니다.
한가한 소리라고 손가락질 받을 수 있겠지요. 세상은 1초가 다르게 바뀌는데, 대학과 학문의 자율성이라는 주장 뒤에 슬쩍 숨어 케케묵은 강의노트나 우려먹는다는 비판은 뼈아픈 것이 사실입니다.
하지만, 대학이 미래직업 수요를 정확히 예측한 다음 이에 꼭 맞는 전공분야를 개설해 학생들을 '훈련'시켜야 한다는 주장과 이에 따른 정책들에 대해서는 의심이 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최근 미국에서 나온 한 연구에 따르면, 미국의 수백만 구인광고를 분석해 보았더니 기업들은 대졸자를 뽑을 때 주로 소프트스킬(Soft Skill)에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고 합니다. 예를 들면 협업능력과 같은 것이지요. 이에 비해 아주 구체적인 전공능력을 학부졸업생에게 요구하는 경우는 극히 드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성공적인 창업자들에게 대학교육의 가치를 물었던 또 다른 연구는 대학이 '좋은 사람을 만나고' '이런저런 공부와 실험을 할 수 있었던' 최적의 장소라고 여겨진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대학에 대한 사회의 싸늘한 시선과 변화 요구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그 요구가 어떤 전공분야의 인력을 더 키우라는 수준인 것은 적잖이 안타깝습니다. 이전과는 좀 다른 교육 방식으로, 이전과는 좀 다른 역량을 갖춘 인력을 키우는, 그리하여 인공지능과는 매우 다른 '사람다운' 사람을 배출하는 대학이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더 넓어지면 좋겠습니다.
김도현 국민대 경영학부 교수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