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말로 뜬’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있다면 누구일까? 분야는 다르지만, 방송인 김제동을 꼽을 수 있다. 지난 주 김제동이 경북 성주를 방문하여,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반대로 투쟁하고 있는 성주 주민들을 응원한 동영상은 SNS 공간에서 폭발적인 관심을 받았다. ‘말로 뜬’ 오바마와 김제동은 최소한 3가지 공통점이 더 있다.
둘째, 오바마와 김제동은 ‘통합지향적’언어를 구사한다. 오바마의 경우, 미국의 건국이념을 환기시킬 뿐만 아니라, 미국 정치에서 보수의 것으로 인정되던 ‘가족-결혼의 가치’를 적극 강조한다. 전통적으로 진보 의제로 간주되던 동성애 문제에 대해서도 ‘동성애자도 결혼하고, 가족을 구성할 자유가 주어져야 한다’는 식으로 접근한다. 1960년대 이후 미국 진보주의자들이 ‘결혼-가족’에 대해 비판적인 입장인 것과 대비된다. 김제동이 성주에서 사용한 언어 프레임은 철저하게 ‘헌법’과 ‘국익’이었다. 무엇이 헌법정신에 부합하는 것인지, 무엇이 국익을 극대화하는 것인지를 중심으로 이야기한다. 한국정치의 맥락에서 헌법과 국익을 더욱 강조한 쪽은 보수였다.
셋째, 오바마와 김제동은 뛰어난 ‘공감 능력’을 보여준다. 오바마는 2015년 6월 사우스캐롤라이나주의 흑인교회에서 백인들에 의한 증오범죄로 희생된 흑인 클레멘타 핑크니 목사의 장례식장에 참석했다. 추모사 말미에 잠시 침묵을 지키다 은총과 화해를 의미하는 찬송가 ‘어메이징 그레이스’를 불렀다. 이 장면은 방송을 보던 미국민 모두에게 깊은 감동을 불러일으켰다. 김제동의 공감 능력은 익히 알려져 있다. 김제동은 2009년 노무현 전 대통령의 노제 때 사회를 보며 많은 사람들에게 깊은 인상을 줬다. 김제동이 청년들과 만나며 이야기하는 동영상은 많은 울림을 준다.
최병천 정책혁신가 (전 국회의원 보좌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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