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고형광 기자] 재계가 '규제 노이로제'를 호소하고 있다. 현행법으로 묶인 규제도 첩첩산중인데 20대 국회가 개원 직후 두 달 동안 세제와 환경·노동·교육·복지 등 전 부문에 걸쳐 규제입법을 쏟아내면서 규제입법 만능주의로 흐르지 않느냐는 우려다. 입법은 국회의원의 고유권한이지만 입법 영향에 따른 영향을 사전에 충분히 검토해볼 수 있는 장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5일 전국경제인연합회가 20대 국회 개원 이후 첫 두 달간 나온 의원발의 법안을 분석해 본 결과, 법안 1131개 중 규제법안이 597개였으며 이 중 규제강화 법안이 457개, 규제완화 법안은 140개였다. 전경련은 규제 수준을 온도로 표현하면 -53.1도까지 떨어졌다고 설명했다. 규제온도는 의원발의 법안 중 규제완화 법안의 비율에서 규제강화 법안의 비율을 뺀 수치로 규제강화 법안의 비율이 완화 법안의 비율보다 높으면 규제온도는 영하가 된다. 지난 두 달간 규제온도가 마이너스를 기록했다는 것은 규제를 강화하는 데 치우쳤다는 의미다.
19대 국회가 규제강화발의 건수와 속도에서 18대 국회보다 2배 이상이었지만 20대 국회도 두 달간 내놓은 규제 강화 법안(259건)은 19대 2배 수준이다. 이에 견줘 국무조정실과 대한상의, 중소기업중앙회가 공동 운영하는 민관합동규제개선 추진단이 올 상반기 중에 개선한 규제가 100건에 불과하다.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회장도 지난달 20일 '대한상의 제주포럼'에서 "20대 국회가 개원하면서 발의된 기업 관련 법안 중 3분의 2가 규제법안"이라며 "동시다발적으로 쏟아져 '규제 폭포' 같은 상황"이라고 호소한 바 있다. 그는 "하나하나 따져보면 다 이유가 있겠지만, 기업이 좀 많이 걱정하고 있는 게 사실"이라며 "경영활동에 과부하가 걸리지 않겠는가"라고 우려를 나타냈다.
추광호 전경련 산업본부장은 "20대 국회 두 달을 기준으로 의원발의 법안은 전체 법안의 93%를 차지할 만큼 절대적"이라며 "불합리한 규제, 황당 규제를 막기 위해 의원입법에 대해 규제영향평가를 20대 국회에서 도입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현종 한국경제연구원 연구위원 또한 "규제영향평가분석서 첨부 의무화와 규제일몰제 도입이 필요하다"며 "국회와 정부 간 입법규제에 대한 협조체계를 구축하고 국민의 입법 모니터링을 활성화시키는 등 국회법 개정을 위한 정치적 설득을 지원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고형광 기자 kohk010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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