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EU 탈퇴뿐만 아니라 헝가리와 폴란드에서는 ‘반세계화’를 주창하는 정치인이 대통령으로 당선돼 유럽의 ‘반 세계화 흐름’을 보여준다. 만약 내년 프랑스에서 국수주의자인 르 팽이 대통령으로 당선돼 EU탈퇴를 시도한다면 그야말로 EU체제는 붕괴될 것으로 보았다. 이코노미스트는 이런 흐름을 분석하면서 선진국의 정치에서 좌-우 대결은 더 이상 이슈가 아니며 세계화와 자유무역을 지지하는 개방주의자와 그것을 반대하는 국수주의자간 대결이 큰 흐름을 이루고 있다고 평했다.
지금 세계를 강타하는 경제 불황, 양극화, 내전으로 인한 난민 발생, 테러 등의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결코 간단하지 않다. 사실 학자들이 ‘인류가 직면한 거대한 도전’ ‘우리 문명이 처한 문제’라고 평하는 심각한 문제들인 만큼 답이 간단할 리가 없다. 당연히 보호무역주의도 답이 아니다. 그렇게 간단하게 해결이 될 문제라면 전 세계가 이렇게 어려움에 처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사회생물학적 관점에서 인류문명의 붕괴 원인을 통찰력 있게 분석해 ‘지금, 경계선에서’라는 책을 펴낸 레베카 코스타는 “마야문명이나 크메르문명 같이 번성했던 문명이 붕괴된 것은 문제해결능력을 갖추기 전에 문제가 너무 복잡해졌기 때문”이라고 했다. 즉 기존의 익숙한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하려 하다가 실패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그녀는 지금 인류 문명이 위기에 처해 있으며 기존의 해결방식으로 접근하다가는 결국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채 붕괴될지 모른다는 ‘경종’을 울린다.
코스타에 따르면 세계는 지금 ‘보호무역주의’라는 오래되고 익숙한 해법을 전가의 보도처럼 꺼내들고 있는 셈이다. 문제가 해결되기는커녕 위기가 가중될 것으로 예상되는 이런 흐름 속에 우리는 지금 어디에 서 있나. 실타래처럼 얽히고설킨 국내 각 분야의 문제가 어지러울 정도로 터지고 있는 가운데 세계 시장 상황까지 겹치면 어떻게 될지 걱정스럽다. 이렇게 문제는 복잡한데 냉전시대, 산업화시대의 케케묵은 해법을 먼지도 털지 않고 들이미는 ‘퇴행’을 보는 마음이 더 없이 복잡하다.
이은형 국민대학교 경영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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