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전략 강의시간에 학생들에게 질문을 던졌다. 금융분야 전문지식이 부족하고 실무경험이 없는 학생들이 답변하기는 어려운 질문이었지만 나름대로의 시각과 지식을 가진 학생들과 한 시간 동안 논쟁을 벌였다. 학생들은 '금융과 정보기술(IT)의 융합적 비즈니스모델인 인터넷 뱅크'에서 플랫폼을 가진 IT기업이 우세하다는 입장과 업의 본질을 아는 금융기관이 힘을 가질 것이라는 입장으로 팽팽하게 갈렸다.
인터넷 뱅크의 성공에는 여러 가지 요인이 있겠다. 우선 환경적 요인의 핵심은 은산(銀産)분리(은행과 산업자본 분리) 완화를 위한 은행법 개정 및 공정거래법상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제외 조항의 수정 등 적합한 규제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이다. 이와 더불어 중요한 성공요인은 바로 컨소시엄 구성기업 간 ‘경쟁(competion)’과 ‘협력(cooperation)’이다. 전략적 제휴는 경쟁과 협력의 조화, 즉 coopetition(코피티션. competion과 cooperation의 합성어)을 전제로 한다. 제휴 기업 간 관계에 따라 경쟁과 협력의 균형을 찾는 지점이 달라져야 한다. 인터넷 뱅크 컨소시엄 구성기업들의 제휴 형태는 지분투자를 기반으로 하면서 상호보완적 자원을 보유하고 있는 ‘강력한 네트워크’라 할 수 있다. 경쟁보다는 협력에 더 비중을 둬야 한다는 뜻이다.
그러나 상황은 간단하지 않다. 인터넷 뱅크가 수익성 하락세를 걷고 있는 금융기관의 미래를 온전히 책임져줄 수 없을 뿐만 아니라 각 금융기관이 최근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모바일뱅킹은 오히려 경쟁 또는 대체 상대가 됐다. 즉 금융기관은 IT기업과의 컨소시엄을 통해 인터넷뱅크를 출범시키지만 동시에 독자적인 모바일뱅킹 앱을 선보이며 치열한 홍보를 펼치고 있다.
이은형 국민대학교 경영학부 교수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