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원다라 기자]대학생들을 대상으로 그룹 별 직장인 이미지를 조사한 결과 삼성은 '30~40대 연구·개발직 엘리트 남성'이라는 결과가 나왔다. 짙은 감색 정장에 짙은 푸른색 넥타이, 뿔테안경의 '삼성맨'이라 불리는 이미지다.
그런데 삼성에 '반바지'가 등장한다. 지난 달 27일 발표된 삼성전자 인사제도 개편안에는 직급 체계를 4단계로 단순화하는 것과 함께 반바지 복장을 허용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자율적인 사내 문화를 조성하겠다는 의도다.
복장 자율화에 따라 삼성 임직원들은 옷깃이 있는 재킷, 색상이 있는 캐주얼한 드레스 셔츠, 정장류 하의, 구두 스타일의 캐주얼한 신발 등을 착용할 수 있게 됐다. 기존까지 삼성의 복장은 짙은색 정장 재킷, 정장바지, 셔츠, 넥타이 등이었다. 피해야 할 복장은 티셔츠, 청바지, 면바지, 운동화 등으로 반바지도 물론 포함됐다.
삼성은 사내 인트라넷인 '마이싱글' 게시판에'비즈니스 캐주얼 이렇게 입는다'는 글을 통해 재킷 입는 요령, 상의 선택, 바지 색상, 신발 선택 등 비즈니스 캐주얼 예시를 상세히 게시하기도 했다. 남녀 모델이 비즈니스 캐주얼을 착용한 8장의 사진과 함께 재킷은 옷깃이 있는 것, 바지는 고급 정장 형태로 회색·보라색·남색·갈색 등 기본 색상으로 구비하라고 명시했다. 신발은 끝이 달린 구두인 옥스퍼드, 캐주얼 구두인 로퍼 등을 권고했으며 셔츠는 회색·보라색·와인색 등을 예시로 제시했다.
일각에서는 복장 자율화가 이끌어 낸 것은 자유로운 사내 분위기보다는 비즈니스 캐주얼의 브랜드의 매출 성장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자율'이라고 하기에는 까다로운 규정에 제일모직 빈폴, 갤럭시, 로가디스 같은 삼성 자매회사 비즈니스 캐주얼 브랜드가 복장자율화 버전 삼성맨 드레스코드의 정답으로 꼽혔기 때문이다. 삼성 임직원이 5만명 가량 거주했던 분당 지역 한 백화점에서는 이 브랜드 점포의 매출이 90%까지 크게 오르기도했다.
삼성전자의 이번 '반바지 도입'은 한 번 실패한 복장 자율화를 다시 한 번 시도하는 의미로 해석된다. 한편으로는 반바지의 색, 무늬, 길이 등을 제한하는 또 다른 규정이 등장할 수 도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원다라 기자 supermo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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