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중화장실 부족…집앞에 '실례'도
준관광지 주거환경 개선 대책 절실
[아시아경제 기하영 수습기자]“오죽하면 저희가 시위를 했겠습니까? 찾아오는 관광객을 막아달란 말이 아닙니다. 최소한 사람이 사는 동네처럼 소음이나 쓰레기 문제를 해결해 달라는 겁니다”
북촌한옥마을로 알려진 북촌로 11길에는 140여 세대가 살고 있다. 그 중에 한옥은 약 100채 정도다. 지역주민 절반 이상이 노인이기 때문에 밤낮으로 북촌을 찾는 관광객들로 인한 소음 피해가 가장 크다. 종로구에서도 이러한 피해를 줄이기 위해 노인 일자리의 일환으로 주중 하루 4시간씩 정숙관광을 유도하는 인력을 배치했지만 역부족이다.
화장실 문제도 심각하다. 북촌 한옥마을 거리에는 공중화장실이 없다. 5분정도 걸어 내려와 주민센터 화장실을 이용해야 한다. 이런 불편 때문에 중국관광객이 간혹 주민 집 앞에 '실례'를 하고 사라지는 일도 있다. 이에 대해 종로구는 4월 정독도서관 근처에 새로 공중화장실을 만들었기 때문에 큰 불편은 없을 것이라 설명했다. 그러나 이 주민자치위원장은 “한옥 마을에서 정독도서관 근처까지 가려면 10분은 가야하는데 볼일이 급한 사람은 어떻게 하겠느냐”고 반문했다.
주차문제도 주민들의 오랜 불편 중 하나다. 관광객들이 많이 방문하면서 북촌 한옥마을 거리는 수시로 주차단속을 한다. 이 주민자치위원장은 “우리 동네, 우리 집 앞인데 매달 주차비로 40만원은 내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구와 이야기하고 있지만 아직 해결책을 찾진 못했다.
북촌에 이런 문제가 생기는 이유는 북촌이 준관광지화 돼 가고 있기 때문이다. 원래 북촌은 주거지이지만 관광객들이 많이 찾으면서 주거환경이 악화되고 있다. 구나 시는 자발적으로 오는 관광객을 막을 수 없고, 북촌이 명동 등과 같은 관광지는 아니기 때문에 화장실과 같은 관광 편의시설을 만들긴 힘들다는 입장이다.
종로구 관계자 역시 "소음 문제 등을 해결하기 위해 구로써도 노력하고 있다"며 "북촌은 관광지가 아닌 거주지이기 때문에 근본적으로는 관광업계의 협조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서울시 역시 “북촌 소음문제나 쓰레기 문제를 해결할 뾰족한 수는 없는 것 같다”고 말을 아꼈다.
이런 시의 태도에 가회동 주민들은 시와 대화를 요구하고 있다. 장민수 서촌주거공간연구회 대표는 “주민의 의견을 반영할 수 있는 체계를 만들어 한옥 마을을 어떻게 관리해나갈지 함께 고민하고 대책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기하영 수습기자 hykii@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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