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세기를 거치면서 기업이 크게 성장하고 특히 경영혁명이라 일컬을 만큼 '기업관리 노하우'가 발전하면서 내부화가 큰 흐름이 되었다. 기업은 왕성하게 다각화를 실행했고, 모든 계열사를 직접 거느렸다. 하지만 1980년대에 이르러 기업은 복잡한 조직을 효율적으로 운영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고 조직의 유연성, 경비절감 등의 당면과제에 부딪쳤다. 1990년대에 시작된 '외주화'는 오늘날 세계적인 흐름이 되었고, 우리나라에서는 경비절감의 만능해결책인 것처럼 사용되었다.
외주화는 특정한 기업 활동을 전문적으로 수행하는 외부기업에 맡김으로써 품질을 양보하지 않고도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이렇게 기업활동 범위를 좁힘으로써 기업은 중요한 기업 활동, 즉 핵심역량에 도움을 주는 활동에 더욱 관심과 노력을 기울일 수 있다. 하지만 외주화로 인해 품질이 저하되거나 고객에게 제공하는 가치를 떨어뜨릴 가능성이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1997년 애플에 복귀한 스티브 잡스는 구매, 생산 등의 활동을 스마트하게 외주화하여 비용도 절감했고, 품질관리에도 성공했다.
내부화든 외주화든 그 자체로 기업에 도움이 되는 것이 아니다. 기업의 비전이나 경영목표와 일치해야 하며 전략적 중요도, 기업의 역량, 그리고 조건이 맞아야 한다. 특히 전문성을 갖춘 외주업체를 잘 선정하여 서비스 및 제품의 품질을 유지하면서도 경비를 절감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런데 문제는 서울메트로만의 일이 아니라는 점이다. 외주화를 전가의 보도처럼 휘두르는 기업이 너무 많다. 경제가 어려워지면서 마치 외주만 주면 비용절감이 저절로 이루어지는 것처럼 남용하는 기업이 늘고 있다. 비용 낮추기에만 혈안이 된 기업과 그에 맞춰 헐값에 외주를 수주한 외주업체는 비정규직 노동자 또는 열악한 일자리라도 유지하려고 애쓰는 청년취업자들의 절박함을 이용한다.
먹이사슬의 가장 아래쪽에 있는 비정규직 노동자의 값싼 임금을 토대로 이루어지는 외주화는 기업의 목적을 달성하는 데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다. 결국 기업의 서비스 또는 상품의 품질을 떨어뜨릴 것이며 나아가 기업을 둘러싼 건강한 생태계가 무너지는 결과를 낳을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 기업의 '외주화'가 제대로 이루어지고 있는지 진지하게 되돌아보기를 권유한다.
이은형 국민대 경영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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