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안전처 최근 표본조사 결과...790만 가구에 소화기·경보기 미비치...전국 205개 소방서에 원스톱지원센터 운영키로
[아시아경제 김봉수 기자]전국의 일반 주택들 중 20% 정도만 소화기ㆍ화재경보기 등 소방시설이 설치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내년 2월부터 설치가 의무화되지만 아직까지 국민들이 잘 알지 못하고, 알아도 처벌 조항이 없어 동기 부여가 안 되기 때문이다. 이에 국민안전처가 원스톱 지원센터 운영 등 종합 대책 마련에 나섰다.
19일 안전처 중앙소방본부에 따르면 지난 3월14일부터 4월1일까지 전국 18개 시ㆍ도 초ㆍ중학교 학생 중 일반 주택(단독ㆍ다세대ㆍ다가구ㆍ연립 등)에 거주하고 있는 학생 4만1340명을 대상으로 표본 조사한 결과 소화기ㆍ단독경보형 화재 감지기가 모두 설치됐다고 답한 학생은 8009명으로 19.37%에 그쳤다.
안전처는 이를 토대로 전국에 있는 약 980만 가구의 일반 주택 중 소방시설을 갖춘 주택이 약 190만 가구에 불과하며 나머지 790만 가구에는 미설치 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지난 2012년 '화재예방ㆍ소방시설 설치ㆍ유지 및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 개정에 따라 내년 2월4일까지 기존의 일반 주택들도 주택용 소방시설 설치가 의무화됐지만 아직까지 큰 성과가 없는 셈이다. 2012년 8월 이후 건축된 신규 일반 주택의 경우 사용승인을 받기 위해선 소방시설을 갖춰야 해 대부분 설치됐고, 아파트ㆍ기숙사 등 공동주택들도 이미 의무화돼 있는 상태다.
정부가 이처럼 법을 개정한 것은 그만큼 현재 일반 주택에서 화재로 인한 피해가 많이 발생하고 있고 설치할 경우 화재 진압ㆍ사망자 감소에 큰 효과를 발휘하기 때문이다. 2011년부터 2015년까지 5년간 통계를 보면 일반화재 4만2925건 중 주거용 건물화재가 1만876건으로 전체 화재의 25.3%에 달했다.
특히 일반 주택 화재에선 야간 화재시 잠자다 연기에 질식사하는 경우가 많다. 이 기간 동안 주택 화재 사망자는 183명으로 비주거용 건물(61명)의 3배에 달한다. 단독경보형 감지기는 자체 내장형 배터리로 작동돼 화재가 발생했을 경우 소리를 내 최대한 빨리 대피할 수 있도록 하는 장비다. 소화기도 '안방 속의 소방차'라고 불릴 정도로 초기 화재 대응에 효과적이다. 가격도 싸다. 소화기는 3만원 안팎, 감지기는 1~2만원대에 불과하다.
이미 선진국들은 주택용 소방시설 설치를 의무화한 후 큰 효과를 보고 있다. 미국의 경우 1977년 설치 의무화 후 주택용 소방시설 보급률이 32%에서 최근 96%로 높아졌고, 이에 ㄸ라 사망자 수가 1978년 6015명에서 2012년 2380명으로 60%(3635명)나 줄어들었다. 영국도 1989년 보급률 35%에서 642명이 사망했는데, 의무화 후 2011년엔 88%로 보급률이 높아지면서 사망자 수도 294명에 그쳐 54%나 감소했다. 일본도 2005년 의무화 이후 사망자 수가 1220명에서 2014년 1006명으로 9년간 17.5% 줄어들었다.
이에 따라 안전처는 주택용 소방시설 보급률을 높이기 위해 이달부터 연중 상시로 전국 205개 소방서에 원스톱 지원센터를 운영한다. 소화기ㆍ화재 경보기를 어디서 구입할 수 있는지, 설치는 어떻게 하는 지 등에 대한 정보를 제공한다. 또 새마을회ㆍ마을부녀회 등을 통한 공동 구매를 알선하는 한편 필요할 경우 설치도 대신해 줄 계획이다.
김홍필 안전처 중앙소방본부 119구조구급국장은 "농어촌 지역의 경우 어르신들을 위해 의용소방대 등을 통해 소방시설 구매 설치의 편의를 제공할 계획"이라며 "화재 예방, 피해 감소에 큰 효과가 있는 만큼 국민들도 안방마다 소화기ㆍ화재 감지기를 설치해 놓으시면 안심하고 지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봉수 기자 bsk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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