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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뷰앤비전]한국형 양적완화 … 국민은 봉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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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홍 연세대 경영학과 교수

김지홍 연세대 경영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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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학원론에 나오는 주식회사의 장점으로 소유주의 유한책임이 있다. 회사가 망해도 주주는 무한책임을 지지 않는 것이다. 그런데 요즘 우리나라 조선ㆍ해운회사의 상황을 보면 대주주는 유한책임조차도 안지고 빠져나가고 망해가는 회사는 구조조정이라는 명분하에 국민의 혈세를 쏟아 부으니 결국 국민이 무한책임을 지는 기이한 형태의 회사가 한국형 주식회사인 듯싶다.

며칠 전 박근혜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한국형 양적완화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우리나라의 조선업과 해운업을 살리기 위해 정부가 내놓은 주조조정 방안이다. 그런데 굳이 한국형 양적완화라는 이름을 붙인 이유는 글로벌 양적완화와는 근본적으로 다르기 때문이다. 원래 양적완화라는 것은 경기부양과 신용경색 해소를 위해 중앙은행이 국채나 회사채를 매입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미국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3차에 걸쳐 4조달러에 달하는 국채와 모기지(주택담보) 채권을 매입하는 양적완화를 실시했다. 일본도 장기 경제침체에 빠져 있던 2001년부터 2006년까지 중앙은행인 일본은행이 40조엔의 채권을 매입했다. 이도 모자라 2013년엔 아베 총리가 '아베노믹스' 경제정책을 펴서 무제한 양적완화를 시행하고 있다.

박근혜 정부의 한국형 양적완화 방안은 구조조정을 맡은 산업은행에게 한국은행이 자금을 지원해주고 산업은행은 이 돈으로 조선업과 해운업을 살리겠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렇게 두 산업에 돈을 쏟아 부어 넣더라도 죽어가는 회사들이 살아날 가망이 없다는 데에 문제가 있다. 공급과잉 상태인 시장에서 죽어가는 회사에 돈을 부어 넣으면 살아날 수 있다는 논리는 어디에서 나오는 건지 알 수가 없다.

더욱이 대우조선은 이미 1989년과 2000년, 그리고 작년에 이르기까지 세 차례나 산업은행을 통해 혈세를 쏟아 부은 회사다. 2000년 이후 대주주가 된 산업은행은 지난 16년 동안 대우조선을 매각할 생각도 안하고 있다가 이제 회사가 망하게 되니까 다시 한 번 국민의 혈세인 공적자금을 투입해 회사를 살려야 한다니 도대체 누구 좋으라는 구조조정인지 알 수가 없다.
만약 한국은행이 돈을 열심히 찍어내서 대우조선에 퍼부었다고 하자. 그런다고 세계 경제가 회복되는 것은 아니고 여전히 조선업은 공급과잉 상태일 것이기에 대우조선이 살아날 가능성은 희박하다. 그 사이에 정권이 바뀌게 될 것이고, 새로운 정부는 지난 정부를 비난하면서 나 몰라라 할 것이고, 정책을 결정한 정부와 정치권은 아무도 책임을 지지 않고 결국 국민의 혈세만 낭비돼 국민만 희생양이 되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과거에 죽어가는 기업을 무조건 살리는 대마불사의 정책을 썼다가 기업의 방만한 경영과 과도한 부채경영으로 IMF(국제통화기금) 외환위기라는 쓰라린 경험을 했다. 그런데 지금 과거의 교훈을 다 잊고 똑 같은 정책을 한국형 양적완화라는 이름으로 바꿔 쓰려고 한다. 과연 누구를 위한 정책인가?

조선업은 과거 호황을 누릴 때 직원을 대폭 늘렸고 최고의 연봉을 지급해 왔다. 대우조선도 임직원이 무려 1만3000여명에 달하고 평균 연봉도 7500만원의 고소득 근로자들이다. 심지어는 지난해 5조5000억원의 영업손실로 공적자금이 투입됐음에도 대우조선의 연봉은 평균 100만원 증가했다.

특히 작년에 퇴임한 고재호 회장은 부실경영에 대한 책임은커녕 21억원이나 되는 거액의 보수를 챙겼다. 현대중공업도 2014년부터 5조원에 달하는 영업손실을 기록했음에도 평균 연봉은 매년 300만원씩 인상됐다. 올해도 노조는 기본급 250% 이상과 해외 연수 등을 요구하고 있다. 과연 우리 국민은 무슨 죄가 있어서 이런 기업들에게 혈세를 쏟아 부어야 하는지 다시 한 번 정책 당국자들에게 묻고 싶다.

김지홍 연세대 경영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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