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정기업 구조조정 타깃 자금지원…정부·한은 발권력 동원 놓고 입장차
[아시아경제 구채은 기자, 정현진 기자] "판은 벌려놨는데 실탄은 어떻게 채우나"
해운, 조선업계의 구조조정이 급류를 타면서 실탄이 되는 재원 마련이 난제로 떠올랐다. 판은 벌려놨는데 각 기관마다 재원을 선뜻 부담하려고 하지 않는 모양새다. 현재로서 정부는 국회의 지난한 동의 절차가 필요한 추가경정예산 편성이나 국채발행 같은 재정투입보다 한국은행의 발권력을 동원하는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 재정지원의 경우 국회동의를 거쳐야 하고 이 과정에서 재정지원의 당위성과 적정성, 지원방법, 절차 등에 대해 일일이 야당의 동의를 구해야 한다. 그러나 한은도 곤란하긴 마찬가지다. 아직 여와 야가 합의도 되지 않는 상태에서 선뜻 금융통화위원 7명의 합의만으로 발권력을 내준다고 하기엔 저항도 클 뿐더러 명분도 서지 않는다.
하지만 현 상황이 한은특융을 동원해야 할만큼 시급한 상황인지에 대해선 의견이 갈린다. 전성인 홍익대 교수는 "산은을 통해 특정기업에 지원을 하는 것 자체가 통상분쟁의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윤석헌 숭실대 금융학부 교수는 "금융안정기금 등 다른 대안보다는 정부의 출자를 통해 구조조정 자금을 마련하는 것이 현재 상황에선 가장 적합한 대안"이라고 말했다.
전례가 많지 않다는 점도 한은에겐 부담이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벤 버냉키도 FRB(연방준비제도이사회)가 나서 국공채 매입을 대대적으로 하는 방식의 '양적완화'를 했을 뿐 특정산업을 타깃팅하는 정책을 펼치진 않았다. 중국 인민은행(PBOC)의 회사채매입이나, 일본 중앙은행(BOJ)의 부실채권 매입 등이 유사한 사례로 거론되나 그 효과와 타당성에 대해선 아직 검증이 되지 않았다는 것이 일반론이다.
구채은 기자 faktum@asiae.co.kr
정현진 기자 jhj48@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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