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의민주주주의라는 것이 원래 그런 것이라고 우리는 알고 있습니다. 최선이 아니라 차악을 선택하고, 국회의원이 민의를 배신하면 다음 선거에서 심판하는 것이라고 말이지요. 그러나, 항상 마지못해 선택하고 긴 시간 동안 안타까운 마음을 가져야만 하는 건 아니라는 주장이 조금씩 고개를 들고 있습니다. 왜 반드시 대의민주주의를 선택해야 하는가 하는 것이지요. 물론 스위스라는 아주 드문 예외를 제외하면 직접민주주의를 채택하고 있는 나라는 없습니다. 하지만 대의민주주의의 틀을 유지하면서도 직접민주주의의 요소를 확대하는 실험은 최근 곳곳에서 찾아볼 수 있습니다.
포데모스는 루미오를 통해 시민들의 의견을 모은 다음 이를 기반으로 정당의 의견을 결정합니다. 각종 선거에 나갈 후보 역시 '아고라 보팅'이라는 투표플랫폼을 통해 선정합니다. 관심이 있는 사람들은 누구나 예비후보로 참여할 수 있고, 시민들은 아고라 보팅을 통해 진짜 후보를 고릅니다. 포데모스는 자금 역시 크라우드 펀딩을 통해 확보하고 있습니다.
이런 정당은 세계 곳곳에서 탄생하고 있습니다. 스페인을 비롯해 영국, 루마니아, 헝가리, 아르헨티나, 스웨덴, 터키, 심지어 우간다에 이르기까지 여러 신생정당들이 루미오, 디모크라시OS와 같은 의견수렴 플랫폼, 그리고 오픈노스와 같은 정치활동 공개플랫폼을 기반으로 직접민주주주의적 실험을 시작했습니다.
작년 늦여름, 우리나라에서도 '와글'이라는 정치 스타트업이 첫발을 내디뎠습니다. 시기적으로 촉박해 이번 총선에서는 국회의원들의 의정활동내용 공개 정도로 참여했지만, 앞으로는 다른 나라의 정당 혹은 시민단체들처럼 직접민주주의 실험을 시작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당선의 기쁨으로 아직 설레고 있을 제 20대 국회의원들이 이런 소식에도 잠시 귀 기울이면 좋겠습니다. 대한민국의 모든 권력은 국민들로부터 나오며, 국회의원들은 그 권력을 대리 행사하라는 위임을 받은 이들에 불과하다는 것을 다시 떠올릴 수 있게 말이지요.
김도현 국민대 경영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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