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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서명거래 확대, 카드사가 웃는 까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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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표매입 수수료 1000억 절감해 사고보상액보다 이익
보안사고 지속땐 자충수 될 수도


[아시아경제 이현우 기자]직장인 A씨는 한 식당에서 점심식사 후 계산대에 신용카드를 내밀었다. 가게 주인은 카드단말기에 카드를 읽힌 뒤 사인패드에 스스럼없이 직접 서명을 했다. 전표가 출력되자 A씨는 가게 주인에게 "영수증 필요없어요"라고 말하고 가게를 나갔다. 가게주인은 전표를 구겨서 바로 쓰레기통에 던졌다.
신용카드를 결제할 때 '자필 사인'은 카드 사용자와 명의자가 같은지를 확인하는 중요한 보안절차다. 그래서 신용카드 회원 본인이 직접 서명하는 것이 원칙이다. 하지만 현실에선 이 원칙은 종종 무시되기 일쑤다. 여신전문금융업법에 따르면 고객이 서명을 할 때 카드가맹점주는 그때마다 신용카드 뒷면의 사인과 실제 사인이 일치하는지 확인해야 한다. 하지만 대부분 가맹점에서는 이런 확인 절차가 생략될 뿐만 아니라 점원이나 점주가 대신 서명하기까지 한다. 이는 엄연히 불법이다.

서명이 무시되고 있는 주 원인은 카드 무단사용 등 사고발생시 피해액을 대부분 카드사가 부담하도록 돼 있기 때문이다. 가맹점은 고의나 중과실이 확인되지 않으면 '설령 서명이 위조됐다고 하더라도' 책임을 지지 않는다. 여신금융협회 관계자는 "카드 분실사고가 일어나더라도 대부분 가맹점은 소액결제 사고에 그치기 때문에 카드사에서 피해액을 물어주는 것에 대해서 부담을 느끼지 않는다"고 말했다.

오히려 카드사들은 사고 위험이 더 높은 무서명거래(No CVM) 확대 시행을 추진중이다. 무서명거래는 5만원 이하 금액에 대해 서명없이 결제하는 것으로 지난 2007년 도입됐다. 무서명거래시 사고가 발생할 경우 책임은 전적으로 카드사에 있음에도 카드사들은 무서명거래 확대를 원하고 있다.
이 기막힌 역설은 어디에서 비롯된 것일까. 카드사들이 무서명거래로 발생 가능한 '보상액'보다 전표매입 비용이 절감되면서 생기는 '이익'이 더 클 것이라 보고 있기 때문이다.

카드사들의 전표매입 비용은 밴대리점들이 카드 전표를 수거해 카드사에 전달해줄 때 발생하는 수수료를 뜻한다. 카드결제가 되면 나오는 실물전표는 가맹점들이 보관해놨다가 밴대리점이 이를 수거할 때 제출한다. 서명이 찍혀있는 이 전표는 카드결제 사고가 발생하면 서명을 대조하기위한 증거물이다. 밴대리점들은 이 전표를 카드사에 수거해 전달해주는 대신 전표매입 수수료를 카드사로부터 받는다. 현재 카드승인 건당 전표매입 수수료는 35원 정도다.

무서명거래를 할 경우에는 전표가 아예 나오지 않는다. 무서명거래가 확대되면 전표를 발행하는 카드 승인건수가 그만큼 줄어들고 카드사들이 밴대리점에 지급해야할 전표매입 수수료도 줄어든다. 카드사들은 무서명거래를 확대하면 약 1000억원 정도 전표매입 수수료가 줄어들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현대카드 관계자는 "5만원이하 무서명거래에서 사고가 발생해도 이 피해액 규모가 전표매입 수수료나 전표 보관비용보다 적은 것으로 계산된다"며 "삼성페이 등 무서명거래가 이뤄지는 간편전자결제 비중이 높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무서명거래 확대는 시대적인 조류"라고 말했다.

하지만 보안사고가 지속될 경우 피해액 보상규모도 커질 수 있기 때문에 지나치게 편의성만 강조하는 것은 위험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한국금융연구원 관계자는 "외국에서는 카드 결제시 서명 대조는 물론 신분증을 요구하는 등 보안을 강화하고 있다"며 "허술한 보안으로 발생하는 카드사의 피해 보상비용이 장기적으로 고객에게 전가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현우 기자 knos8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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