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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인 석학들, 서울대에 '노벨상 못낸다' 쓴소리

최종수정 2016.03.09 10:55 기사입력 2016.03.09 1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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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대 해외석학평가 최종 보고서…"교수들 정년 보장받고 안주 경향"

[아시아경제 조인경 기자] 노벨상과 필즈상 수상자 등 자연과학 분야의 해외 석학들이 서울대학교 자연과학대(자연대)에 쓴소리를 했다. 총 11개월에 걸쳐 서울대 자연대의 연구 실태와 환경을 진단·평가한 결과를 통해서다.
9일 서울대 자연대의 해외석학평가 '교육·연구역량제고사업 최종보고서'에 따르면 팀 헌트 노벨 생리의학상 수상자는 "젊은 연구진이 정년 보장을 받기 위해 유명 연구지 기고 압박을 받기 때문에 인기 있는 연구에만 집중한다"고 지적했다.

교수들이 자기가 연구한 분야 후배를 그 자리에 앉히는 톱다운 방식의 채용 관행이 문제라는 지적이다. 퇴임하는 교수가 자신의 연구와 똑같은 분야를 연구하는 교수를 채용하면 새로운 연구결과가 나올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팀 헌트는 "이 때문에 젊은 연구진이 '선구자'가 아니라 '추종자'에 머무를 수밖에 없다"며 "이대로라면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해내지 못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단기적간에 성과를 내야 한다는 압박이나 정량적 교수 평가 방식도 문제로 꼽혔다.

톰 루벤스키 미 펜실베니아대 물리천문학과 교수는 "정년을 보장받기 위해서는 논문 인용 수가 많아야 한다면 빠른 성과를 위해 모험적인 연구 대신 많은 사람이 연구하는 분야를 택하게 된다"고 말했다.

평가단은 이 밖에도 교수들이 정년을 보장받고 나면 연구 결과가 그전에 미치지 못한다고 꼬집었다. 정년을 보장받기 전에는 성과를 내는 데 급급해 단기 연구에 치중하다가 정년이 보장되면 연구 성과가 확 떨어지는 경향이 있다는 얘기다. 젊은 교수가 없다는 것도 문제로 지적됐다.

서울대 자연대는 10년 전 한국 최초로 정량적이고 획일적인 방식의 대학 평가에서 벗어나 정성적 평가와 조언을 받는다는 취지로 해외석학평가를 도입했다.

10년 만인 작년 2월 노벨상과 필즈상 수상자를 포함해 자연과학 분야 해외 석학 12명을 자문위원단으로 위촉하고 5∼9월 연구와 교육 환경에 대한 서면·방문 평가를 받았다.

여기에는 팀 헌트 전 영국 암연구소 수석연구위원(2011년 노벨 생리의학상 수상), 에핌 젤마노프 미 캘리포니아대 수학과 교수(1994년 필즈상 수상), 리타 콜웰 미 메릴랜드 대 교수, 뤄칭화 대만 국가실험연구원장, 마크 데블린 펜실베니아대 물리 천문학과 교수 등이 참여했다.

평가단은 이 보고서에서 자연대가 10년 전보다 괄목할만한 성장을 이뤘다는 점에 대해 공통적으로 인정하면서도 아직 '세계를 선도하는' 수준이 아니라 '세계적인' 수준에 그치고 있다고 평가했다.

서울대 측은 "해당 평가는 획일적인 대학평가를 벗어나 심도 있는 평가를 받아 문제점을 해결하고자 진행된 프로젝트"라며 "10년 전과 비교했을 때 당시의 과제들을 모두 해결했다는 긍정적인 평가도 있었다"고 말했다. 또 "보고서 내용을 바탕으로 회의를 거쳐 각 학과 별로 문제를 해결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조인경 기자 ikj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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