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최근 은행권의 집단대출 거부와 HUG의 분양보증 심사강화라는 초유의 사태를 맞았다. 집단대출 규제는 금융당국의 심사 강화 개입에 따라 지난해 10월부터 시작된 것으로 보인다. 은행들은 집단대출을 거부하거나 높은 이자 등 조건부 대출을 요구하고 있다. 일부 사업장만을 대상으로 조사한 피해 규모는 1월 말 기준 5조2000억원 수준에 달한다. 전국 사업장으로 범위를 확대할 경우 실제 집단대출 거부 금액은 훨씬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HUG의 분양보증 심사는 지난 2월15일부터 미분양 주택 누적 우려지역 23곳을 대상으로 강화되었다. 분양보증은 HUG에서 독점 취급하고 있어 보증심사가 지연되면 분양 타이밍을 놓치게 된다. 또한 HUG가 분양보증서를 발급하면서 분양가 인하를 주장할 경우 주택사업자는 합리적으로 책정한 분양가를 손대야 해서 사업성 저하가 우려된다.
더 큰 문제는 HUG에서 지정한 보증심사 강화지역에 대해 소비자들이 부정적 판단을 하게 됨으로써 해당 지역의 분양시장이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미분양 주택 감소를 위해 심사를 강화하겠다는 의도와 달리 오히려 미분양 주택을 양산하는 등의 부작용이 예상된다.
이렇게 볼 때 집단대출과 보증 규제를 함으로써 얻는 효과는 미미하다. 대신 선분양 시스템에서 주택 수급 기반을 뒤흔들고 있다. 전ㆍ월세가격 상승으로 주택구입을 원하는 실수요자의 시장 진입을 막아 주거불안을 유발하고, 주택사업자에 치명적인 경영 부담을 주고 있다. 어렵게 살려낸 주택시장의 불씨를 꺼뜨려 국가 경제를 어렵게 만드는 시스템적 '오작동'이 아닐까 싶다.
올해 대내외 경제 여건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악이라 할 만큼 좋지 않다. 지금 필요한 것은 확실한 국가 성장 동력을 확보하는 것이다. 지난해 나홀로 내수를 견인한 주택시장의 연착륙 유도가 시급하다. 주택산업의 기반을 무너뜨리고 정부 스스로 현 선분양 수급체계를 부정하는 금융ㆍ보증 규제는 '교각살우(矯角殺牛)'라 할 수 있다. 국가 경제를 위해 두 가지 규제는 조속히 철회되어야 할 것이다.
박창민 한국주택협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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