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은 의심하는 자의 몫입니다. 사실 중력파의 존재는 이미 상식입니다. 무려 100년 전에 아인슈타인이 일반상대성이론을 설명하면서 중력파를 제안했고, 이제는 대학교 교과서에도 실려 있는 기본 이론입니다. 1980년대 후반에 쌍성펄서라는 물체가 발견되면서 간접증명도 이뤄졌습니다.
이번 관측이 보여준 과학의 또 다른 얼굴은 호기심입니다. 이번 관측에는 우리나라의 연구팀도 참여했습니다. 1000명이 넘는 공동저자(총 16페이지의 논문 가운데 저자의 이름과 소속만 7페이지입니다) 가운데 우리나라 연구자 14명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이 연구자들은 별다른 연구비 지원을 받지 않고 개인 돈이나, 소속기관의 작은 지원 정도로 비용을 충당했습니다. 사실 중력파를 발견한다고 돈이 생길 리 없으니 연구비 지원이 풍족할 턱이 없습니다. 실용적인 연구는 아니라고 할수 있겠지요. 그러나 이들은 학문적인 호기심을 견디지 못하고 연구에 뛰어들었습니다. 이렇게 가슴 밑바닥에서 밀고 나오는 호기심이 과학, 아니 모든 학문의 시작입니다.
최근 베스트셀러가 된 책 '사피엔스'의 저자는 서구문명이 발전한 이유로 자신이 모르는 것, 자신이 가보지 않은 곳이 있다는 것을 인정하고 그것을 적극적으로 해결하려고 했던 자세를 듭니다. 그렇다면 유럽보다 훨씬 앞서 있던 중국은 왜 서구문명에 뒤쳐졌을까요. 이미 세상을 잘 알고 있다고 믿었던 탓이 빨리 발전하지 못했다고 저자는 설명합니다. 이번 관측은 중력파의 존재를 우리가 아직 '확실히' 본 적이 없다는 것을 인정하고, 그걸 알아내보겠다고 적극적으로 시도한 결과물이라는 점에서 일맥상통하는 점이 있습니다.
앞으로 5년 뒤를 목표로 우리가 개발 중인 대형 발사체를 미사일이라고 부르는 사람이 생길까 두려워하는 마음도 없지 않습니다. 적어도 관련 전문가들만큼은 고집스럽게 발사체와 미사일의 차이를 구분하여 말하면 어떨까 생각해봅니다. 남들 다 아는 중력파를 굳이 꼭 측정하겠다고 나선 고집쟁이들을 흉내 내면서 말이지요.
김도현 국민대 경영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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