낱말의 습격 '꿩 대신 닭'
옛사람들은 꿩을 하늘닭이라고 부르기도 했다. 가만히 들여다보면 꿩과 닭은 비슷하게 생겼으며 날개달린 짐승으로 땅 위를 질주하는데 능한 점에서도 닮았다. 꿩은 숲에서 사는 닭이며, 닭은 집에 들어와 길들여진 꿩인 것처럼 여겨진다. 물론 꿩은 꿩일 뿐이며 닭은 닭일 뿐인 이종(異種)의 동물이다.
비록 빈한하여 제대로 살지는 못하나 그래도 그 가난을 가려줄 것이라도 있으니 고맙게 생각하자. 그런 마음으로 국물을 떴다. 꼭이 다 갖춰 살 수야 있으랴. 욕심껏 살고 희망껏 먹고 으스대며 사는 일이야 은근히 바라는 바지만, 그게 안되는 현실에서 차선에 만족하고 살아가는 지혜가, 저 짧고 간결한 말 속에 담겨있다. 요즘 슬픈 유행어 중에 금수저 흙수저란 말이 있는데, 떡국만 보자면 꿩수저 닭수저가 있었고, 닭수저의 인생긍정이 저 속담 속에 푼푼이 국물맛을 내고 있는 셈이다.
이상국 기자 isomis@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