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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언스 포럼]한국 과학기술에 필요한 공감형 리더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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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주 과학기술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

홍성주 과학기술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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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과학기술 50년이다. 현대적인 조직과 제도를 갖춘 과학기술이 1966년 한국과학기술연구소(KIST)의 설립에서 시작되었다고 보기 때문이다. 한국 경제의 압축 성장만큼 과학기술 50년의 발전은 놀랍다. 우리나라 연구개발비 총액은 1970년 105억 원에서 2014년 63조 원으로 증가했다. 같은 기간 연구자 수는 1만 명에서 43만 명 규모로 성장했다.

한국 과학기술의 급격한 발전은 어떻게 가능했을까? 성공 요인의 하나로 과학기술 리더십이 꼽힌다. 발전 초기(1960~1970년대)에는 대통령의 과학기술 리더십이 중요했다. 가난한 나라가 제한된 국가 자원을 과학기술에 배분하는 것은 최고 통치자의 결단에 의존한다. 그런 점에서 박정희 대통령의 과학기술 리더십은 높은 역사적 평가를 받는다.
성장기(1980~1990년대)에는 과학기술 행정가의 리더십이 주목을 받았다. 연구 사업이나 과제, 조직, 인프라 등 과학기술 활동의 자원을 확보하는 행정 역량이 필요했던 것이다. 성숙기(2000년대 이후)에는 조정형 과학기술 리더십이 부상했다. 과학기술 규모가 성장하면서 이해관계 조정 및 늘어나는 연구개발 자원의 적정한 배분 문제를 풀어야 했다.

2016년은 지난 50년을 성찰하며 한국 과학기술의 새로운 항해를 도모해야 할 시점이다. 과학기술에 대한 위기론이 심심치 않기 때문이다. 위기론의 핵심은 세 가지다. 하나는 과학기술에 대한 투자 대비 성과에 대한 회의론이다. 둘째는 과학기술이 국내적 시스템에 안주해 국제적으로 고립된다는 우려다. 셋째는 추격형 성장 이후 대안의 부재다. 지난 수년간 과학기술 위기론이 축적됐으며 정부의 어떠한 시도도 이러한 위기론을 완화하거나 해소하지 못했다.

과학기술 50년의 역사를 통해 세 가지 위기론을 관통하는 구조적 모순을 볼 수 있다. 그것은 거대해진 과학기술 시스템이 자율성을 가지려는 속성과 정치의 영향이 시스템의 미시적 단위까지 개입하려는 속성 간의 충돌이다.
이러한 모순은 과학기술과 정치의 굳건한 관계를 만들고 유지해 온 과학기술 리더십 50년 성과의 이면에 내재한다. 한국 과학기술 리더십은 과학기술에 대한 정치적 지원을 확보하는 방향으로 발휘됐다. 과제가 없을 때 과제를 만들고 장비가 없는 곳에 구매 자금을 끌어 오는 리더가 필요했던 것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정치에 대한 친화력이 과학기술 리더십의 핵심 요건으로 선택되었고, 대신 행정의 관리감독 영역이 시스템의 말단까지 미치게 됐다. 정치와 과학기술의 우호적 관계가 과학기술의 성장을 만들었지만, 그 이면에서 과학기술에 대한 정치의 지나친 영향이 남았던 것이다. 그 결과 한국 과학기술은 시스템의 활력이 떨어지고 국내 정치의 영향권에 머물며 자기실현적 발전을 추구하지 못하는 위기에 봉착한다.

한국 과학기술의 위기를 돌파할 새로운 리더십은 어떠해야 하는가? 과학기술에 대한 위기론은 새로운 리더십의 요건으로서 과학기술 시스템의 자율성을 이해하고 활용하는 능력이 필요함을 암시한다. 시스템의 자율성을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최고의 성과가 나오기도 하고 변화에 대한 저항과 같이 자기조직화의 함정에 빠지기도 한다.

자율성을 중시하는 시스템의 행위자들은 지시보다는 동기부여에 따라 움직이며, 위계적 조직보다는 수평적 팀워크에서 창의력을 발휘한다. 시스템의 자율성을 활용하기 위해서는 과학기술 활동에 대한 심층적 이해, 광범위하게 신뢰를 구축하고 공감대를 만들어가는 헌신적인 소통 노력, 과학기술자들에게 동기를 부여할 비전의 발명 능력, 한마디로 시스템을 움직일 공감형 리더십이 필요하다.

요컨대 한국 과학기술의 새로운 항해는 공감형 리더에 의해 운항되어야 한다. 공감형 리더가 가장 먼저 할 일이 있다. 그것은 과학기술과 정치의 관계를 새로운 시대적 요구에 맞게 재설정하는 일이다.

홍성주 과학기술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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