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3~4년새 월세 1억까지 올라…강남대로변 1층에 외식 전멸
-빵ㆍ커피 빠진 자리엔 의류ㆍ화장품ㆍ통신매장
-'강남역 빵전쟁' 파리바게뜨ㆍ뚜레쥬르도 치솟는 임대료에 '맞불 경쟁 종식'
-대한민국 대표 거리, 높은 임대료로 다양성 없는 '간판거리'로
[아시아경제 오주연 기자]"강남대로변에 외식업체들이 싹 다 자취를 감췄어요. 임대료가 천정부지로 치솟다보니 대기업 외식업체라도 강남역 한복판에서 '시그니처 매장'을 운영할 수 없게 된 겁니다."
강남역 전면도로에서 외식업체들이 사라지고 있다. 해당 상권의 월세가 최근 3~4년 사이 수천만원 올라 1억원에 근접해지는 등 건물주들이 강남 중심가라는 '이름값'에 맞는 '땅값'을 요구하면서 먹거리 업체들이 방을 빼고 있는 것이다. 이 자리에는 의류, 신발, 화장품, 통신매장들이 차지하고 있다. 이들 역시 비싼 임대료가 부담스럽지만 중국인 관광객 등을 타깃으로 브랜드 가치를 올려야하는 업종들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강남역 상권은 '장사'를 위한 곳이 아니라 간판을 알리는 '홍보'거리가 되고 있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빵 팔아 월세 1억4000만원? '강남역 빵전쟁' 종식시킨 임대료
13일 강남역 10번 출구에서부터 교보강남타워까지 뻗은 강남대로 650m 구간에서 외식업체들이 자취를 감췄다. 강남역 인근에 나란히 매장을 내 '강남역 빵 전쟁'을 하던 국내 1, 2위 제과업계 파리바게뜨와 뚜레쥬르는 최근 '종식'을 선언했다. 2011년 강남역 중심상권에서 20m 골목 하나를 사이에 두고 파리바게뜨, 뚜레쥬르는 대형 매장 선보이며 강남 맞불 경쟁을 펼쳐왔다. 그러나 '파리바게뜨 카페 강남점'이 강남대로변에서 철수하고 인근 후면도로 쪽으로 이전하면서 강남역 빵전쟁도 막을 내리게 됐다.
▲2011년 강남역 중심상권에서 20m 골목 하나를 사이에 두고 파리바게뜨, 뚜레쥬르는 대형 매장 선보이며 강남 맞불 경쟁을 펼쳐왔다. 그러나 '파리바게뜨 카페 강남점'이 강남대로변에서 철수하고 인근 후면도로 쪽으로 이전하면서 강남역 빵전쟁도 막을 내리게 됐다. 이 자리에는 이랜드의 신발브랜드 '뉴발란스'가 1, 2층 통으로 들어설 예정이다.
원본보기 아이콘◆강남대로 1층에 외식업체 전멸…2층도 월세 '4000만원' 시대
이렇다보니 지오다노 건물을 지나 금강제화까지 걷는 강남대로변 1층에는 파리크라상과 건너편 뚜레쥬르를 제외하면 외식업체는 전멸한 상황이다. 뚜레쥬르도 계약 기간 종료 후 임대료가 추가 상승할 시 강남역서 매장을 철수할 지에 대해 내부 고심 중이다. 이 매장은 그동안 강남 역세권이 주는 상징성 때문에 월세 7000만~1억원에 상당하는 임대료를 감내해왔지만 더이상 브랜드 노출을 위해 경비를 부담할 수만은 없어 사실상 매장 철수 혹은 이전하는 방향으로 진행될 것으로 전망된다.
강남역에서 그나마 명맥을 유지하는 외식업체들은 2층으로 올라가거나 후면도로로 이전하고 있어 강남 상권을 변화시키고 있다.
강남역에서 매장 2곳을 운영하는 카페베네는 2층에서 영업 중이다. 파리크라상 2층에 있는 카페베네 강남대로점은 577㎡(175평)에 월세 4000만~5000만원대를 내고 있다. 타 지역에 비해 월등히 높은 수준이지만 1층에 비해서는 '반값'이라는 게 업계 설명이다. 앞서 카페베네는 지난 2013년 강남역 인근에서 야심차게 준비했던 제과점 '마인츠돔'을 1년도 안돼 철수했다. 출점 직후 중소기업적합업종에 발목이 잡혀 가맹점 사업을 하지 못하게 됐지만, 이미 문을 연 강남역 매장은 그대로 운영할 수 있었다. 매장 철수로 가닥을 잡은 것은 월 1억원에 달하는 임대료 때문이었다. 현재 이 자리는 영어학원인 '영단기'가 학원 본관으로 사용하고 있다.
▲강남역에서 매장 2곳을 운영하는 카페베네는 2층에서 영업 중이다. 파리크라상 2층에 있는 카페베네 강남대로점은 577㎡(175평)에 월세 4000만~5000만원대를 내고 있다.
원본보기 아이콘◆강남역에서 '장사'하면 바보?…'강남대로=광고대로'로 생각해야
이렇다보니 외식업계에서는 강남역에서 매장을 낼 때, '이윤'까지 기대하진 않는다. 임대료가 치솟기 전까지는 브랜드 홍보 효과와 함께 매출 및 수익확보에도 기여했던 것이 사실이지만 최근에는 임대료가 워낙 올라다가보니 어지간해서는 수익을 남길 수 없는 구조가 됐기 때문이다. 이 결과, 브랜드를 알리는 일이 더 시급한 곳을 중심으로 '홍보'차원에서 매장이 유지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외식업계 관계자는 "강남역에는 최근 브랜드 노출이 필요로 하는 의류, 신발, 화장품 업체 위주로 '시그니처' 매장만 들어서고 있다"며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거리로 성장했지만 높은 임대료 때문에 정작 외국인들이 찾아도 다양성을 보여주지는 못하고 획일화된 매장들만 나열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 역시 "뉴욕 맨해튼의 중심가도 월세 2500만원인데 같은 규모로 강남역에서 매장을 내려면 1억원 가까이 줘야한다"며 "맨해튼보다도 4~5배 높은 셈"이라고 꼬집었다.
커피업계 한 관계자는 "가맹점주들의 경우, 임대료 재계약 기간에는 건물주와 유기적인 관계를 맺으려고 노력한다"며 "건물주가 올려달라고 하는 만큼 월세를 높여야하기 때문에 평소 커피를 무료로 제공하는 등 친분을 쌓아두는 점주들도 있다"고 전했다.
오주연 기자 moon170@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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