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공부하세요."
우선 코스톨라니의 '돈 뜨겁게 사랑하고 차갑게 다루어라', 필립피셔의 '위대한 기업에 투자하라', 피터린치의 '월가의 영웅들' 등 이 세 권만 읽으란다. '올림픽 경기의 금메달 선수'라고 자평하는 김 교수가 한때 사부로 모셨던 '무패 찰리'가 추천한 책이다. 무패 찰리는 필명으로 지금은 주식투자로 돈을 많이 벌어 이 바닥을 떴다지만 2000년대 초반 주식 좀 한다는 작자들 사이에서 '고수'로 통하던 인물이다. 김 교수와는 초등학교ㆍ중학교 동창이기도 하다.
"워런 버핏은 탐방보다 오히려 오마하 집에 틀어박혀 기업보고서 읽는 걸 더 좋아했어요. 그가 왜 뉴욕이 아닌 오마하에 살았겠어요."
버핏처럼 김 교수 역시 기업보고서를 들춰보면서 '숨은 기업 찾기'를 즐긴다. 사업보고서에 찍힌 수치와 내용을 바탕으로 기업과 기업가에 대한 스토리를 구성하고 이를 바탕으로 기업의 미래를 예측한다. 지금 이 기업이 벌이고 있는 사업, 기업가가 걸어온 길 등이 자료가 된다.
김 교수는 코스닥 기업을 2000여명의 잠재적 연애 후보자에 빗댔다. 실제 그는 배우자를 고를 때 14가지 기준을 정해놓고 배우자를 골랐다. 덕분에 30년 넘게 해로하고 있단다. 기업을 고를 때도 마찬가지다. 일단 그는 바이오 종목에는 일절 투자하지 않는다. 코스닥 시가총액 20%를 차지할 만큼 핫한 종목이 바이오 아닌가. 이유가 궁금했다.
김 교수는 "눈으로 보이지 않는 업종에는 투자하지 않는다"는 원칙 때문이라고 잘라 말했다. 대신 B2C(기업ㆍ소비자 거래), 특히 의식주 종목에 주목했다. 의식주 종목 같은 경우 마트에만 가도 사람들의 선호도를 짐작할 수 있고, 이를 바탕으로 실적을 가늠해 볼 수 있어서다. 김 교수가 늘 강조하는 '논리적으로 생각하라'는 게 바로 이런 부분이다.
저가에 매수해 장기 보유하라, 종목 전체를 보라, 아는 종목에 투자하라. 3년 이상 장기 보유하라는 점도 늘 그가 강조하는 투자원칙이다. 투자를 해보니 기업의 이익창출능력인 자기자본이익률(ROE)이 일정 수준 도달하는 기간이 그 정도 걸린다는 판단에서다.
첫사랑이 쉬이 잊히지 않듯 김 교수에게 첫 투자 종목도 각별하다. F&F가 그 주인공인데 "너무 싸서 샀다"고 심드렁하게 말했지만 2000원에 사서 일 년 뒤 6000원에 팔았다. 3~4년 전까지만 해도 김 교수는 '3배 이상 수익이 나면 판다'는 원칙을 고수했다. 이 원칙이 깨진 건 그가 찍은 종목들이 10배 이상 수익을 내는 모습을 지켜봐야 했기 때문이다. 메가스터디가 그랬고 조선선재는 상한가를 36번 갔지만 6번 갔을 때 팔았다. 삼광유리는 1000원에 사서 중간에 빠졌는데 8만5000원까지 갔다. 신원은 3000원에 사서 6000원에 처분했더니 덜컥 3만~4만원까지 갔다.
마음을 고쳐먹고 더 길게 봐서 재미를 본 종목이 바로 '아이에스동서'다. 6000원에 사서 8만원에 팔았으니 10배 넘게 수익을 올린 것이다. 현재 총 보유 중인 종목은 30개. 2005년 4억원으로 시작해 지난 10월21일 기준 200억여원을 벌었다.
이런 그에게도 복장 터지는 순간은 있었다. 2008년 미국 금융위기가 터졌을 당시 그의 수익률 그래프는 3년 만에 '0'이 됐다.
"3년 동안 번 돈을 이때 반납했습니다. 화가 많이 났습니다."
2주 만에 회복하기는 했지만 거시변수가 주식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이때 톡톡히 배웠다. 수익률이 곤두박질쳐도 평정심을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는 점도 되새겼다. 김 교수는 스스로 "공감능력이 떨어진다"고 말한다. 일희일비하지 않는 성격이라고도 했다. 이게 오히려 변동성 큰 주식시장에서 다수에 휩쓸리지 않는 비결이기도 하다.
김민영 기자 argus@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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