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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멘트 공장에 매료된 꼬마, 'IoT 초밥왕'까지 48년

최종수정 2015.12.16 14:31 기사입력 2015.12.16 1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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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천섭 오리온식품기계 대표…김밥 절단기서 IoT 회전초밥까지
접시와 회전벨트에 센서 부착, 일정시간 지나면 빼내


엄천섭 오리온식품기계 대표

엄천섭 오리온식품기계 대표


[아시아경제 권용민 기자] 1967년 충청도 단양군 영춘면의 한 국민학교(현 초등학교). 교실 두 개에 선생님 두 명. 전교생 20 명 남짓 하는 이 학교 한 학생은 쌍용그룹의 모체인 쌍용양회 시멘트 공장을 보고 막연한 꿈을 꾸기 시작했다. 먼지를 뿜으며 드나드는 덤프트럭과 시멘트 포대에 매료돼 '이런 공장을 지어서 사장을 하겠다'라는 목표가 생긴 것이다.

이 꼬마의 막연한 꿈은 2015년 현재 국내 식품기계시장 90% 점유율이라는 결과로 이뤄냈다. 외식업체나 식품제조전문 공장에서 사용하는 김밥 절단ㆍ제조기, 초밥 성형기, 회전초밥 시스템을 비롯해 퇴식구에서 사용하는 컨베이어 벨트 등 식품과 관련된 모든 기계를 만든다. 이렇게 만들어진 기계 들은 신촌 세브란스 암병동 같은 굵직한 식당을 비롯해 영국ㆍ호주ㆍ미국ㆍ브라질 등 세계 각국으로 수출되기도 한다.

이야기의 주인공은 엄천섭 오리온식품기계 대표. 한 산업기계 회사 말단 사원으로 시작해 중소기업 을 거치면서 기계를 만드는 기술을 익혔다. 이후 한양건설에 입사, 중동 지역 건설 근로자로 일했다. 중동에서 번 돈 3000여만원을 사업 밑천으로 지금의 자리까지 왔다.

그는 30대에 몸으로 떼웠다고 했다. 지인 소개로 김밥 공장에 다녀온 열흘 이상을 김밥 절단기를 만드는 데 전념했다. 이 절단기가 제 기능을 발휘하자 몇 일 후 또 한 개의 주문이 들어왔다. 입소문이 나면서 주문이 밀려왔다.
이렇게 식품기계에 첫 발을 디딘 엄 대표는 월 40~50대의 기계를 만들었고 ▲야채 건조기 ▲밥 식히는 기계 ▲삼각김밥 기계 등 여기저기서 들어오는 요구사항에 맞게 판매하는 품목도 하나하나 늘어나기 시작했다. 엄 대표는 "신이나고 재미있어서 식품쪽으로만 파고들었다"면서 "입소문으로만 사업 시작 4년만에 전국 사업자가 돼있었다"고 회상했다.

하지만 국제통화기금(IMF) 사태를 맞으면서 승승장구할 것만 같았던 그의 인생은 최대 위기를 맞았다. 오롯이 '신용'과 '정'으로 장사를 하던 엄 대표는 빈털털이가 됐다. 외상으로 줬던 제품 값은 한 푼도 돌려받지 못했고, 급기야 부도난 어음 탓에 수억원에 이르는 빚까지 지게 됐다.

"전화만 와도 외상으로 기계를 만들어주기도 했는데 IMF가 오면서 그 돈을 하나도 못받았다. 받으러 가면 공장도 없어지고 사람들도 모두 자취를 감췄다. 끼니도 못 떼우고 사람이 망가지고 있었다 ."

그러던 그가 다시 일어서기로 마음을 먹은 것은 전국일주를 할 때다. 기차와 버스를 타고 전국 각 지를 돌던 중 부산 태종대 자살바위에서 발걸음이 멈췄다. 사람들이 자살을 많이 하기로 유명한 그 곳에서 엄 대표는 삶과 죽음에 대한 생각을 하기도 했다.

엄 대표는 "'죽을 힘이 있으면 그 힘으로 열심히 살라'는 부산 태종대 자살바위 글귀를 보면서 다시 시작해보겠다고 마음을 먹게됐다"며 "그동안 개발했던 기계와 기술을 믿고 원점에서 다시 시작했다"고 말했다. 당시 그의 나이 40세. '외상 절대 금지'라는 원칙을 두고 새로 시작한 그는 2년 반만에 빚을 모두 청산했다.

엄 대표는 지난 9월 정부의 지원을 받아 IoT를 이용한 회전초밥 시스템 개발을 완료했다. 접시가 회전 컨베이어벨트를 돌다가 일정시간이 지나면 라인에서 빠지는 시스템이다. 접시와 라인에 센서와 칩을 부착, 생선초밥의 신선도를 항상 최상급으로 유지할 수 있다.

엄 대표는 "식품기계와 IoT를 접목하는 기술을 연구개발중"이라며 "리더기를 통해 회전초밥 접시의 가격을 합산해 계산해주는 시스템이나 식당 내에서 음식을 배달해 주는 기차 등에 대한 고민도 하고있다"고 말했다.

권용민 기자 festy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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