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승장구하던 시장, 성장률 9% 전망…웨어러블 등 새 먹거리 고민
[아시아경제 김유리 기자] '14억대'. 올해 스마트폰 예상 판매 대수다. 절대적인 수치는 적지 않지만 삼성전자·애플 등 글로벌 제조사들은 14억대라는 숫자를 마주하면서 한숨이 더 깊어졌다. 스마트폰 판매 성장률이 올해 한 자릿수에 그친 것이다.
태동기와 발전기를 거쳐 성숙기에 접어든 스마트폰 시장에서 제품 사양은 상향평준화 됐고, '혁신'이 두드러지던 프리미엄폰의 매력 역시 감소하기 시작했다.
◆성장세 꺾인 스마트폰 시장 = 지난 3월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에 모인 정보기술(IT) 업계 관계자들의 입에서도 감탄사는 쏟아져 나왔다. 삼성전자 의 새 플래그십 스마트폰 '갤럭시S6' '갤럭시S6 엣지'의 디자인에 대한 찬사였다. 삼성전자는 당시 역대 갤럭시 제품 중 최대 판매량(갤럭시S3, 7000만대 이상) 기록을 경신할 것으로 기대했다.
애플 역시 고민이 많다. 애플은 지난 9월 출시된 '아이폰6s'는 1차 출시국에 처음으로 세계 1위 스마트폰 판매국인 중국을 포함시켰다. 스마트폰 시장의 성장세를 감안, 중국을 1차 출시국에 포함시킨 것이다. 시장에서는 아이폰6s의 본격적인 신제품 효과가 드러날 올 4분기 성적표를 주목하고 있다.
◆대안은 '갤럭시A','아이폰c' 등 중저가폰 = 스마트폰 시장의 성장 정체에 따라 제조사들은 비교적 잠재성이 큰 신흥시장을 겨냥하고 있다.
삼성전자가 올 초 본격적인 판매를 시작한 중가 메탈폰 '갤럭시A'는 신흥 시장을 염두에 둔 대표적인 폰이다. 말 그대로 '쓸만한 사양'에 매력적인 가격으로 시장에 접근했다. 올 들어 국가별·사업자별로 모델명이 가지각색이던 삼성전자 보급형폰의 재고가 정리되면서도 중저가폰의 판매량이 방어된 데는 갤럭시A 등 새 알파벳 라인업의 효과가 컸다. 올 3분기 삼성전자 스마트폰 판매량은 8380만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5.8% 가량 늘었다.
애플 역시 신흥시장의 중요성에 공감, 내년 3월께 기존 아이폰보다 사양을 낮추면서 가격을 합리화한 '아이폰6c'를 출시할 것으로 보인다.
◆다음 먹거리는 웨어러블 = 그러나 판매량과 점유율을 그나마 방어해줬던 아프리카, 중동, 중남미 등 신흥시장에서도 최근 성장률 둔화 조짐이 포착되기 시작했다. '대안'이었던 보급형폰으로도 한계가 온 셈이다.
박형우 SK증권 애널리스트는 "중국시장 뿐 아니라, 인도, 브라질, 멕시코 등 주요 신흥 시장의 성장률 둔화가 더욱 큰 문제"라며 "소위 말하는 차세대 신흥 시장인 인도, 중남미, 동남아 시장의 증가율도 2년 내 10%대로 하락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애플 등 스마트폰 시장 '톱2' 제조사부터 새 먹거리 시장 선점에 열을 올리고 있다. 스마트워치, 가상현실(VR) 기기 등 웨어러블(착용가능한) 기기 시장이 1순위로 떠오른 새 경쟁 무대다. 삼성전자가 최근 조직개편을 통해 무선사업부 내 '모바일 인핸싱(Mobile Enhancing)'팀을 신설한 것도 스마트워치, 기어VR 등 '웨어러블'에 힘을 실어주기 위한 전략 가운데 하나다.
애플 역시 지난 4월 출시한 애플워치의 에르메스 에디션을 출시하는 등 다양한 제품을 선보이고 있다. '애플워치2' 역시 내년 1분기 출시될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 관계자는 "오는 2020년 스마트워치 시장 규모는 30조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며 "성숙기에 이른 스마트폰 시장에서의 생존 경쟁 뿐만 아니라 웨어러블 시장에서의 승기 잡기가 내년 시장의 주요 과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유리 기자 yr6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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