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한 기회로 시작된 창업의 길
창업은 많은 비용이 들어가는 만큼 신중한 선택이 필요하다. 창업을 처음 시작하려는 사람이라면 ‘돈이 되는 아이템’을 쫓아가기 보다는 본인이 좋아하는 아이템으로 시작하는 게 좋다. 오랜 기간 지켜봐야 하는 사업은 짧은 기간 많은 돈을 벌려고 하면 실패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사전지식 없이 무턱대고 시작하는 사업 또한 장기전으로 가기에는 위험부담이 따를 수 있다. 이런 면에서 정선씨의 경험담이 창업을 시작하려는 사람들에게 귀감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정씨는 1여 년 동안 브레댄코 논현역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사업의 발전가능성과 본인의 역량을 키워나간 케이스다. 처음부터 베이커리 사업을 염두 해 둔 것은 아니지만 그가 좋아하는 일을 찾는 것부터 시작했다.
정씨는 평범한 전업주부였다. 20여 년간 자녀 교육과 살림에만 집중해온 터라 그가 할 수 있는 건 딱히 없었다. 자녀가 독립한 후 무료한 생활을 하던 중 집 근처 논현역점 브레댄코 매장의 구인광고를 보게 됐다. 시간적 여유가 있는 오후 시간대라 망설임 없이 지원했다. 그는 살림만 하던 손으로 다른 걸 할 수 있단 생각에 설렜다고 한다. 그렇게 그의 인생 제2막이 열린 것이다. 정씨는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브레댄코 창업교육도 함께 받은 것이다. 고객 응대하는 방법부터 커피내리는 법과 빵의 종류, 재고파악까지 브레댄코와 사계절을 겪으며 업체의 특성을 파악했다. 정씨의 꼼꼼하고 성실함을 높이 평가한 논현역 점주는 좋은 자리가 나오면 그에게 창업 제안을 했다. 그럴 때마다 그는 아직은 창업할 준비가 안됐다는 이유로 제안을 거절해 왔다. 창업은 노력도 중요하지만 좋은 타이밍을 기다리는 것 또한 중요하다.
그는 ”북가좌점 오픈하기 일주일전까지도 논현역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했어요. 전 본사에서 교육을따로 받지 않았거든요. 오후시간에 아르바이트를 한 탓에 점주한테 아침 시간대 하는 일을 배우고 북가좌점에 가서 기존에 있던 아르바이트생에게 인수인계를 받았어요.”라고 말했다.
정씨는 기존에 있던 브레댄코 매장을 양도양수 했기 때문에 신경 쓸 게 많지 않았다. 직원도 기존에 일하고 있던 사람들을 그대로 채용했다. 창업을 하겠다고 생각하고 지난 3월 오픈을 하기까지 순식간에 일이 진행된 것이다.
북가좌점은 아파트가 많은 주택상권이다. 브레댄코 북가좌점은 단백하고 자극적이지 않은 빵맛 덕분에 아이를 둔 부모들이 주로 방문한다. 그래서인지 북가좌점의 재방문율은 90%이상이다.
재방문율이 높은 만큼 단골고객층을 확보하기 위해 고객별 맞춤서비스를 선보이고 있다. 자주 오는 고객 얼굴과 이름은 물론 고객의 빵 선호도까지 파악해 서비스하고 있다. 이 뿐 아니라 정씨는 매장에 유모차를 가지고 오는 초보주부고객들을 위해 진열대 사이즈를 축소하고 유모차가 다닐 수 있는 길을 만들었다. 유모차 때문에 건물을 들어가는데 제한이 따르는 고객들의 마음까지 헤아린 것이다. 이렇듯 정씨는 고객들의 작은 움직임 하나까지도 놓치지 않고 더 편리하게 매장을 방문할 수 있게 제공하고 있다.
정씨의 이런 꼼꼼함은 사업을 운영하는 모습에서도 볼 수 있다. 고객이 선호하는 빵과 판매량을 조사 해 금일 팔 적당량만 주문한다. 무엇보다 당일 생산한 빵은 당일 소진을 목적으로 다음날 재판매를 하지 않는다. 이렇듯 신선함을 매장의 제1원칙으로 생각하고 있다.
어려울 때마다 나타나는 슈퍼바이저
정씨가 사업을 운영하면서 힘들었던 시기에 본사의 슈퍼바이저가 많은 도움이 됐다고 말한다. 슈퍼바이저는 정씨에게 있어 슈퍼맨 같은 존재이다. 사업을 운영하면서 잘 모르는 게 있거나 일이 잘 안 풀릴 때, 문의할 일이 생길 때면 어김없이 슈퍼바이저에게 도움을 요청한다.
그는 본사의 장점으로 가족적인 분위기를 꼽았다. 매출이 저조한 경우 매장에 쓴 소리를 하기 보다는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정해 알려주고, 재고물품 할인과 행사지원 등 합리적으로 매장을 운영할 수 있게 방법을 도모해주니 사업을 하는 입장에서는 이보다 더 좋은 조력자는 없는 것이다.
창업을 시작한지는 얼마 안됐지만 꼼꼼하게 준비한 덕에 북가좌점은 43㎡(13평) 규모의 매장에서 월 2천만 원 이상의 매출을 달성하고 있다.
천천히 꾸준하게 매장을 운영하고 싶다는 정씨는 “욕심을 부리기보단 본사에서 바라보는 기대치만 넘었으면 좋겠어요.”라고 말한다. 시작한지 얼마 안 돼 잘하고 싶다는 생각이 강한 초보창업자이지만 정씨는 뚝심 있게 꾸준히 사업 성장 보고서를 써 내려가고 있다.
박승규 기자 mai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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