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일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는 AIIB 협정 비준안을 통과했다. 중국 입법기관의 비준을 받은 것이다. 현재 협정 비준을 완료한 국가는 미얀마, 싱가포르, 브루네이 등이다. 10개 회원국이 AIIB 협정을 비준해 의결권이 50%를 넘기면 발효된다. AIIB의 자본금 1000억달러 중 절반을 중국이 부담한다. 중국의 지분은 30.34%로 최대다. 다음은 인도(8.52%), 러시아(6.66%), 독일(4.57%), 한국(3.81%) 순이다. AIIB는 세계은행, 아시아개발은행(ADB)에 비해 자본금이 적다. 세계은행의 반에도 못 미친다. 미국과 일본이 주도하는 세계은행과 ADB와의 경쟁을 피하기 위해 AIIB는 개도국 인프라 투자에 집중한다. 중국이 미국과 일본의 견제에도 불구하고 AIIB를 성공적으로 추진한 데는 아래와 같은 배경이 있다.
다음은 중국의 정책제정 능력과 추진력이다. 중국 정부는 산하에 국무원발전연구중심, 사회과학원 등 대규모의 국책연구원을 두고 있다. 사회과학원의 연구인력만 3200명을 넘는다. 중국의 주요 정책은 이러한 전문인력들의 자문을 받는다. AIIB도 치밀하게 추진됐다. 과거 실크로드 육상과 해상의 영광을 재현하는 일대일로(一帶一路)라는 큰 비전을 제시하고 자금조달 방안으로 400억달러의 실크로드 기금을 설립하면서 AIIB를 추진해 실현 가능성과 신뢰도를 높였다. 일단 목표가 설정되자 최고 지도자와 실무자들은 강력한 추진력을 보였다.
중국 정부가 보여주는 정책 일관성도 중요하다. 중국은 최고 지도자가 한 번 선출되면 10년은 유지되기에 정책의 연속성을 가지며 장기 집권하는 공산당은 이를 보장한다.
AIIB의 추진은 한국이 준비 중인 동북아개발은행에 주는 시사점이 많다. 동북아개발은행은 대통령이 2014년 3월에 독일 드레스덴에서 북한의 비핵화를 전제로 설립을 제안해 준비 중이다. 한국의 대내외 여건이 중국과 많은 차이가 있지만 AIIB 추진 경험과 한계는 여러 측면에서 참조할 가치가 있다. 우선 동북아개발은행은 시간이 걸리더라도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 4강 모두를 창립국가로 끌어들여야 한다. 한국이 주도하더라도 북핵 변수 때문에 주변 강대국의 참여와 협조 없이는 제대로 운영하기 어렵다. 여기에 유럽과 동남아 국가도 편입시켜 우호세력을 많이 확보해야 한다. 또 통일 한반도와 유라시아 개발의 잠재력에 초점을 두고 설득 논리를 펼칠 필요가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최고의 인력으로 최고의 팀을 구성해 추진하는 것이다. 우리가 글로벌 파워에서 중국에 뒤질 수는 있으나 금융의 국제화 및 글로벌 인력 측면에서는 강점을 최대한 활용할 수 있다.
김창도 포스코경영연구원 수석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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