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 유치에 자존심 건 대기업 오너들
명품에 열광하는 요우커 잡기 위해 면세점 입점에 사활
러브콜 많을 수록 콧대 높아지는 명품…비싼 대우에 갑질, 매장 수수료도 특혜 일쑤
[아시아경제 이초희 기자]#중국 최대명절인 국경절인 지난 10월2일, 서울 한 시내면세점에서 중국인 관광객(요우커) 부부가 에르메스 1억8000만원, 샤넬 2000만원 등을 포함해 하루동안 2억원 가량을 쇼핑했다. 이들은 다음 날 1200만원 상당의 까르띠에 팔찌 2개도 구입했다. 이 부부가 한국에 머무른 3박4일간 쓴 돈만 10여억원 어치에 달했다.
명품은 면세시장에서도 막대한 영향력을 과시한다. 밀물처럼 몰려오는 요우커들을 잡기 위해서는 그들이 좋아하는 명품 유치가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대기업 오너들이 직접 해외까지 가면서 유치전에 나서는 것도 명품이 면세 매출의 바로미터가 될 수 밖에 없어서다.
러브콜이 넘쳐날수록 명품들의 콧대는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낮은 수수료에도 불구 더 낮은 수수료와 더 넓은 매장, 위치 선정에서 '갑'의 행사를 한다. 예를 들어 백화점의 경우 루이뷔통의 매장 수수료가 가장 낮은 것으로 알려졌다. 매장 수수료는 업체들이 백화점에 입점할 때 내는 일종의 임차비용으로, 보통의 경우 매출액의 30~40% 정도를 매장 수수료로 지불한다. 반면 루이뷔통은 9~10%선으로 알려졌다.
명품의 콧대는 올해 면세점 경쟁 1라운드에서 승리한 HDC신라면세점과 한화갤러리아면세점에도 적용되고 있다. 용산과 여의도에 다음 달 말 문을 열게 될 이 두 곳은 에르메스, 샤넬, 루이뷔통 등 3대 명품을 입점시키지 못한 상황에서 오픈한다. 계속 면세점 오픈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더 좋은 조건을 주는 곳을 찾기 위해 명품업체들이 뜸을 들이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서울시내 면세점에는 롯데소공점ㆍ롯데월드타워점에 샤넬이 입점해 있고 에르메스와 루이비통은 롯데소공점ㆍ롯데월드타워점ㆍ신라면세점에 자리잡고 있다. 서울 광장동 소재 워커힐면세점에는 3대 브랜드의 패션ㆍ잡화 제품은 없다.
명품업체의 까다로운 조건과 수수료 요구에 면세점들은 '을'이 되기 일쑤다. 마진율을 명품 브랜드 측이 정하기 때문이다. 명품 브랜드는 경쟁력 있는 매장에선 마진율을 낮게 책정하지만, 그렇지 않은 곳에선 상대적으로 마진율을 높인다.
이렇다보니 명품업체와 국내 면세점 업계가 이윤 분배를 놓고 마찰을 빚기도 한다. 지난 2012년에는 명품 스와치그룹이 롯데ㆍ신라면세점 등에 그 해 10월과 2013년 4월 두차례에 걸쳐 입점 마진율을 최대 10%씩 내려 달라는 내용의 공문을 발송했다.
하지만 면세점측은 스와치그룹의 요구를 들어주면 적자가 난다며 명품업체가 독점적 지위를 이용해 횡포를 부린다고 반발해 갈등을 빚은 바 있다. 스와치그룹은 스와치, 오메가, 티쏘, 브레게 등 다양한 상표의 시계를 생산하고 있는 최대 제조업체로 세계 시장 점유율이 30%에 이른다.
특히 국내 공항 면세점들은 명품 브랜드 마진율이 미미한 상황이다. 시내 면세점과는 달리 면세점 운영자인 한국공항공사 측에 높은 비율의 수수료를 내야 하는데 공항 면세점들로선 영업이익이 크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시내면세점의 경우 명품 입점이 매출의 결정적 역할을 하기 때문에 너도 나도 달려들어 명품 유치전에 나서고 있다. 오는 14일께 롯데면세점 소공점ㆍ월드타워점, SK네트웍스의 워커힐면세점 재입찰에 SK와 롯데, 두산과 신세계가 뛰어들면서 명품 유치전도 더욱 치열해지는 추세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갈수록 면세점이 늘어나는 상황에서 명품 브랜드들은 본인들이 원하는 곳을 골라갈 수 있게 됐다"며 "더욱 까다로운 조건을 제시하고 비싼 수수료를 챙길 수 있는 곳을 선택할 수 있어 서두를 이유가 없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요우커들이 명품에 열광하기 때문에 명품 산업의 성장성은 무한하다고 보고 있다"며 "이같은 분위기를 타고 대기업들도 명품의 영역을 넓히는데 보다 집중하고 있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초희 기자 cho77lov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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