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이 자리에서는 대기업과 중소기업 사이에 낀 중견기업이 체계적이고 합리적인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관련 업무를 중기청이 아닌 산자부가 담당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윤동한 한국콜마 회장은 이날 간담회에서 "중기청의 우선순위는 중소기업이기 때문에 중견기업 입장에서는 찬밥을 얻어먹는 느낌이 들 수밖에 없다"면서 "주무부처를 옮기는 것이 그런 생각을 안 들게 하는 방법"이라고 말했다.
최진식 심팩(SIMPAC) 대표도 "중기청은 중소기업을 돌봐야 하는 부처이기 때문에 부처 안에서 이해충돌이 일어난다"며 "중견기업의 건강한 성장을 위해서는 정부 체계를 바꾸고 금융분야에서도 정책적으로 중견기업을 육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재희 이화다이아몬드공업 대표는 "청년들은 일자리가 부족한데 중견기업은 구인난을 겪고 있다"며 "학생들에게 중견기업을 많이 알리고 중장기적으로는 일반 시민에게도 중견기업이 경제의 허리 역할을 하고 있다는 점을 알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규제 문제로 중견기업이 겪고 있는 어려움과 현재 계류 중인 법률 개정안의 조속한 처리도 요구됐다.
박충열 동성그룹 대표는 "중견기업은 이제 중소기업과의 경쟁관계가 아닌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고 해외로 나아가야 할 때"라며 "특히 뿌리산업 중견기업은 국내 산업의 근간이나, 청년층의 취업 기피로 인한 인력확보 어려움 및 까다로운 뿌리전문기업 지정요건으로 경쟁력 제고에 애로를 겪고 있다"고 말했다.
뿌리산업은 금형, 주조, 열처리, 소성가공 등 작업을 하는 산업을 이르며 뿌리전문기업으로 지정되기 위해서는 총 매출액 가운데 뿌리기술제품 매출액이 50%를 넘어야 한다.
박 대표는 "공정상 어쩔수 없이 뿌리산업 관련 기술을 갖고 있어야 하는데 내국인을 채용하기도 어렵고 현행법상 외국인을 채용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라며 "뿌리산업 중견기업에 대해 외국인 근로자 고용을 허용해야 한다"고 요청했다.
또 현재 중소기업에 적용되는 포지티브 방식의 규제 기조를 네거티브로 바꿔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포지티브 방식은 정부가 허용하는 항목에 대해서만 기업이 경영활동을 할 수 있다. 반면 네거티브는 정부가 정한 특정 항목 이외 나머지 전부를 허용한다는 의미다. 네거티브로 전환한다는 것은 기업의 자율성을 보장해준다는 얘기다.
곽재선 KG그룹 회장은 "중소기업을 보호하기 위해서 법령을 만들었는데 현재 중소기업만 허용한다는 포지티브 방식"이라며 "자산 5조원 넘는 대기업은 배제한다는 네거티브 방식으로 바꾸면 큰 틀에서 중견기업에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이날 중견련은 ▲판로지원법 개정안을 포함해 중견기업 지원 관련 법률 개정안 처리 ▲ 중소ㆍ중견기업 성장 친화적 법령 정비 ▲기업활력 제고를 위한 특별법 등 국회에서 계류 중인 법안을 빠른 시간 안에 통과시켜달라고 요청했다. 또 ▲중견기업 성장 촉진을 위해 산업은행의 금융지원 ▲ 중견기업 인식개선을 통한 청년층 취업 촉진책을 마련해 줄 것을 요구했다.
강호갑 중견련 회장은 "국내에 '9988 경제'라는 말에서 알 수 있듯이 99% 정도의 기업수가 중소기업이고 전체 고용의 88% 정도가 중소기업에 쏠려 있다"며 "우리 경제계가 건전한 생태계를 하루빨리 만들 수 있도록 도와주실 것을 간절히 바란다"고 말했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문제점에 대한 결론을 빨리 내지 않으면 (기업의) 숨이 넘어갈 수 있다"고 지적하며 "산업 현장의 여러 문제점을 알기 때문에 당도 이를 해결하기 위해 총력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간담회에는 새누리당에선 김무성 대표, 김정훈 정책위의장, 이정현 특위위원장, 이현재 부위원장 등이 참석했다. 정부에선 이관섭 산자부 차관, 고영선 고용노동부 차관, 한정화 중소기업청장 등이 배석했다. 아울러 중견기업 대표로 강호갑 중견련 회장, 정병기 계양정밀 회장, 박진선 샘표식품 대표 등이 참석했다.
조강욱 기자 jomarok@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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