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tory 벤처, 운명의 그 순간] 39. 오현오 가우디오디오랩 대표
단 3명이서 만든 VR관련 기술로 스페인 표준화 회의서 1위 차지
"세계 1위와 비교해도 자신있다"
어린시절 귀에 '꽂힌' 전축 음향 때문에 오디오에 인생을 내던졌다는 오현오 가우디오디오랩 대표는 연세대 음향연구실에서 박사과정을 거친 뒤 LG전자에 입사해 8년간 디지털TV에 적용되는 오디오 기술을 연구했다. 여기서 그는 전 세계를 장악하고 있는 돌비의 기술력이 생각보다 대단치 않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오 대표는 "돌비와 우리의 음향 시스템을 가지고 블라인드 테스트를 할 때마다 우리 기술이 더 낫다는 평가를 받았다"며 "돌비가 기술력보다는 이름값으로 그 자리를 지키고 있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오 대표는 기술 상용화를 위해 가우디오디오랩을 설립했다. 몸담았던 연구소의 개발팀 전문가 두 명이 힘을 보탰다. 그는 소리에 입체감을 넣어 이를 더욱 현실감있게 만들어주는 기술에 공을 들이고 있다.
통상 헤드폰을 끼고 소리를 들으면 양 쪽 귀에 동일한 음파가 전달된다. 하지만 이 기술을 적용하면 헤드폰을 착용한 상태에서도 고개를 좌우로 돌리는 등 움직일때마다 귀에 전달되는 음파량이 달라지면서 훨씬 입체적인 소리를 즐길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예컨대 헤드폰을 낀 채 VR 게임을 할 경우 주인공 캐릭터의 몸동작에 따라 주변 소리들이 양 쪽 귀에 다른 강도로 전해지면서 몰입도를 높여줄 수 있다.
그는 헤드폰에서도 이를 구현하기 위해 귀에 소리가 들어오는 과정을 일일이 함수화하는 연구를 했다. 각각의 소리에 삼차원의 함수값을 부여한 것이다. 또 이용자의 위치도 이 함수 안에 포함시켰다.
각각의 소리에 함수 값을 부여하는 과정은 엄청나게 복잡하기 마련인데 이들은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연산량을 크게 줄이면서도 음질 손실은 최소화했다.
콘텐츠 제작자들은 가우디오디오랩이 개발한 필터에 자신의 소리만 적용하면 된다. 이전처럼 5.1채널 등 별도의 장치 대신 평소 이용하는 헤드폰만으로도 실제에 가까운 소리를 들을 수 있게 됐다.
VR기기가 상용화를 눈앞에 두면서 이들의 기술은 더욱 부각되고 있다. 가상의 현실을 실제처럼 느끼게 해주려면 시각 외에도 오감을 만족시켜야 한다. 하지만 오큘러스, 구글 등 VR기기를 개발하는 업체들도 아직까지는 시각에만 초점을 두고 있다.
오 대표는 "오큘러스도 VR을 적용할 수 있는 오디오 기술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며 "올 연말에 오큘러스와 만나 기술 제휴를 위한 미팅을 진행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오 대표는 VR 시장에서 기술력을 인정받은 이후 돌비가 장악하는 전체 오디오 시장에서 한판 경쟁을 하겠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현재 오디오 전문가를 수혈하는데 매진하고 있다.
오 대표는 "우리가 만든 기술이 전 세계에서 표준이 될 정도로 기술력은 자신있다"며 "우선 VR시장에서 인지도를 높인 후 돌비의 자리를 위협하는 회사로 성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안하늘 기자 ahn708@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