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제2의 제약사 화이자는 규모가 2180억달러(약 250조원)에 이른다. 앨러간의 시가총액은 1130억달러다. 인수합병(M&A)이 성사되면 3000억달러 규모를 웃도는 올해 최대 M&A가 되는 셈이다. 글로벌 1위 제약업체 존슨앤드존슨(J&J)을 뛰어넘는 세계 최대 제약사가 탄생하는 것이다.
화이자가 아일랜드에 자리잡은 앨러간 합병 이후 본사를 아일랜드로 옮기면 막대한 절세 효과까지 볼 수 있다. 그러나 미 정부와 정치권은 이를 세금 회피 및 국부 유출 행위라며 강력히 비판하고 있어 앞으로 역풍이 만만치 않을 듯하다.
화이자의 이언 리드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월스트리트저널과 가진 회견 중 "미국의 과도한 세제로 어쩔 수 없이 해외에서 대안을 찾을 수밖에 없다"며 "지금은 한 손이 묶인 채 해외 경쟁사들과 싸우는 꼴"이라고 발끈했다.
리드 CEO는 작심한 듯 미 정부와 정치권을 향해 쓴소리도 쏟아냈다. 과도한 기업 세제야말로 워싱턴이 반드시 해결해야 할 과제라고 지적한 것이다. 그는 "법 개정을 위해 나름대로 무척 애썼지만 실패하고 말았다"며 투덜거렸다.
화이자 등 미국의 다국적 기업들은 높은 법인세 외에 해외 매출을 미국으로 들여올 때 부과되는 높은 세율도 문제라며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애플이 해외 법인에 막대한 현금을 쌓아놓고도 미국에서 회사채까지 발행하는 것은 이 때문이다.
그러나 미 정부는 지난해 자국 기업의 해외 탈출과 이에 따른 절세 효과를 막겠다며 오히려 규제만 강화했다. 의회는 시원한 해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뉴욕=김근철 특파원 kckim100@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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