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킨집 숫자는 우리나라의 높은 자영업 비율을 상징적으로 보여줍니다. 우리나라의 자영업자는 560만명 내외로, 전체 노동인구의 25%를 넘습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가운데 가장 높은 수준이지요. 평균소득도 매우 낮아서 사실상 최저임금 수준의 수입에 그치는 경우가 많습니다. 개업한 지 1~2년 만에 폐업하는 점포를 흔히 보게 되는 이유입니다.
최근 이런 문제점을 해결하려는 노력이 조금씩 가시화되고 있습니다. 우선 지난 5월 상가임대차보호법이 개정되면서 임차인이 권리금을 회수할 수 있는 길이 열렸습니다. 미진한 점이 있지만 임대인이 나가라고 하면 권리금을 완전히 포기해야만 했던 과거에 비하면 크게 진전된 상황입니다. 지난 3월에는 신촌의 건물주 9명이 임차인들과 '신촌 상권 임대료 안정화 협약'을 체결, 임차인들에게 적어도 5년간은 임대료 인상 없이 마음 편하게 장사할 수 있도록 하는 기회를 제공했습니다.
이러한 움직임을 보다 과감하게 진일보시킨 것은 성동구입니다. 성동구는 9월 '성동구 지역공동체 상호협력 및 지속가능발전구역 지정에 관한 조례'라는 매우 긴 이름의 조례를 제정했습니다. 일정한 지역을 '지속가능발전구역'으로 정하고 그 지역 내 건물주와 임차인이 신촌지역과 유사한 자율적인 협약을 맺도록 유도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장기적이고 안정적인 임대계약뿐 아니라 대기업의 대형점포에는 임대를 제공하지 않겠다는 등의 내용까지도 담기게 될 것이라는 것이 성동구 측의 희망입니다. 이를 위해 성동구는 지속가능발전구역에 대해 상당한 예산을 인센티브로 제공한다고 합니다.
사실 젠트리피케이션 문제는 지역사회의 발전을 통한 이익이 누구에게 배분돼야 하는가 하는 매우 예민한 질문을 우리에게 던지고 있습니다. 사람들이 모이고 서로 어울리면서 만들어지는 공동체적 상승작용이 그 지역의 토지와 건물을 소유한 사람에게 전유되는 것이 타당한가 하는 것이지요. 이것은 기업이 만들어낸 가치가 주주의 몫인가, 아니면 기업을 둘러싼 다양한 이해관계자가 공유해야 하는 것인가 하는 논의와도 맥락을 같이합니다. 각자의 신념에 따라 서로 맹렬하게 대립할 수밖에 없는, 폭발력이 큰 주제이지요.
그러나 우리사회는 맥없는 치킨집 농담 대신 이런 주제를 치열하게 다뤄야만 할 시점에 도달한 것 같습니다. 매일 점점 더 많은 베이비부머가 자영업에 뛰어들고 있고 점점 더 많은 젊은이들이 헬조선이라는 단어에 공감을 표시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김도현 국민대 경영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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