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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억원을 뜨개질하는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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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계천가 뜨개실 유통 신화 쓴 조성진 '연애사' 대표

해외 진출 '뜨개 한류' 포부 밝혀
자전적 스토리 담은 신간도 펴내


[아시아경제 장인서 기자] "실 하나로 어떤 형태든 만들어내는 뜨개질은 그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는 점에서 희망과 닮아 있어요. 요즘 젊은이들이 단지 보이는 한계 때문에 꿈을 포기하지 않았으면 합니다."
신간 '희망을 뜨개하는 남자'의 저자 조성진 연애사 대표(43)가 '5포세대(연애ㆍ결혼ㆍ출산ㆍ내 집 마련ㆍ인간관계를 포기한 세대)'를 향해 뼈 있는 충고를 날렸다. 현재 종합 뜨개 쇼핑몰이자 커뮤니티인 '니트러브'와 캠핑용 손뜨개 브랜드인 '니트앤', 뜨개실 유통회사인 연애사를 운영하는 그는 시대가 달라져도 성실함의 가치는 한결같다고 믿는다. 그런 그가 첫 저서를 통해 뜨개실 유통업에서 일군 성공 신화와 자신만의 꿈, 열정에 대한 신념을 털어놨다.

15일 만난 조 대표는 "고졸 학력의 평범한 내가 지금의 자리까지 올 수 있던 비결은 성실함과 정직, 신뢰의 가치를 믿고 생활에서 꾸준히 실천한 덕분이라 생각한다"고 밝혔다.

조 대표가 서울 청계천가 뜨개실 도매업계에 뛰어든 건 1997년 외환위기 사태로 국내 경기가 한껏 위축됐던 1999년. 당시 청계천에서 가장 판매량이 높은 뜨개실 도매점 중 한 곳에 운송업무 담당으로 일자리를 얻었다. 그 이전까진 택시 운전기사부터 막노동, 목욕탕 때밀이 일까지 안 해본 일이 없을 정도로 여러 직업을 거쳤다. 
조 대표는 "청계천가 뜨개실 도매상들은 사장을 비롯해 친인척 관계인 직원 위주로 운영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기 때문에 사장의 신뢰를 얻기까지 각고의 노력을 들였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본인에게 맡겨진 업무가 아니었음에도 제품 번호와 가격을 일일이 외웠고 기존 영업사원들의 업무 방식을 귀와 눈으로 익히며 자신만의 영업 노하우를 쌓아나갔다. 철저한 근태관리는 물론 몇천 원대 택배 경비까지 일일이 회계 장부에 기록하는 꼼꼼함을 발휘, 근무 3개월 만에 사장의 두둑한 신임을 받으며 승승장구했다. 

그의 책 '희망을 뜨개하는 남자'에는 청계천에서의 첫 근무일부터 2007년 1000만원의 자금으로 자신의 가게를 열기까지의 우여곡절과 그 과정에서 겪은 깨달음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그는 "너무 열심히 일한 탓에 주변의 시기와 질투도 많았지만 그로 인해 오히려 더 성공에 대한 열망이 커져갔다"고 털어놨다. 삶의 이런저런 장애물을 억울해하기만 하면 억울한 인생이 되지만 그 어려움을 극복하고 발전의 원동력으로 삼으면 엄청난 성공의 요인이 된다는 게 그의 철학이다. 이 같은 신념 덕에 지금은 직원 10명을 거느리며 연 매출 50억원을 넘보는 어엿한 사장님이 됐다.

하지만 자신만만한 눈빛을 지닌 그 역시 오랜 시간 방황한 과거가 있다. 네 명의 어머니와 두 명의 아버지, 또 배다른 형제만 여럿을 둔 남다른 가정사로 스스로의 가치에 확신을 얻지 못해 위축된 나날을 보냈다. 어린 시절의 아픔은 그가 행복한 가정을 일구는 데 강한 디딤돌 역할을 했다. 조 대표는 "항상 어려움 속에서 기회를 보려 한다"며 "아내에겐 믿음직스러운 남편, 두 아이에겐 훌륭한 아빠가 되고 싶다"고 소망을 내비쳤다.

사업가로서는 우리나라의 우수한 뜨개 작품을 해외에 널리 알리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이를 위해 지난 12~13일 이틀간 니트러브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활동하는 31명의 작가들이 모여 서울 대학로 홍익아트센터에서 털실 손뜨개 전시회를 열었다. 털실로 만든 옷과 모자, 인형, 방석, 깔개 등 아기자기하고 정성 가득한 작품들이 공개됐고 이틀간 총 2000여명의 방문객이 다녀가며 전시회를 성황리에 마쳤다.

그는 지금 평범한 뜨개실 사업가가 아닌 '희망을 뜨개하는 남자'로서 좌절의 고통에 빠진 이들에게 희망의 멘토로 활약하겠다는 새로운 꿈을 꾸고 있다. 조 대표는 "뜨개질이란 항상 받는 이를 생각하며 만들기 때문에 이미 행복한 마음이 담겨 있다"며 "희망이라는 것도 받는 것보다 주는 게 더 행복하다는 걸 알게 됐고, 그걸 나누고 싶다"고 말했다.



장인서 기자 en1302@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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