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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극을 읽다]80만년 만에 만져보다…북극의 속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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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빙기·빙하기 역사 밝힐 재료

▲북극의 퇴적물을 연구팀이 채취하고 있다.

▲북극의 퇴적물을 연구팀이 채취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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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래스카 배로(북극)=아시아경제 정종오 기자] 북극의 새로운 역사가 기록될 것으로 기대된다. 국내 연구팀이 북극해에서 80만 년 전의 흔적을 찾아내는데 성공했다. 이번 탐사 결과는 북극의 동시베리아와 추크치(Chukchi) 해에 존재했을 것으로 여겨지는 빙하에 대한 객관적 데이터를 확보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 국내 연구팀은 쇄빙선 아라온 호를 타고 지난 8월25일부터 9월10일까지 북극해를 대상으로 2차 연구를 진행했고, 아시아경제는 이번 연구를 동행 취재했다.

지구는 그동안 간빙기와 빙하기를 반복해 왔다는 것이 학계의 정설이다. 지금은 간빙기에 해당된다. 언젠가는 지금의 간빙기가 끝나고 빙하기가 다시 찾아올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 연구에서 수심 2250m에서 14m 깊이의 퇴적물을 채취했다.

▲이번 연구에서 수심 2250m에서 14m 깊이의 퇴적물을 채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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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50m 수심에서 지층 14m의 퇴적물 채취 = 국내 연구팀은 이번 탐사에서 연구지점 4곳 등에서 롱 코어(Long Core) 작업을 수행했다. 롱 코어 작업은 수심 110m의 대륙붕에서부터 2250m 심해분지 이르기까지 다양한 지점에서 이뤄졌다. 한 번 작업에 들어가면 24시간 쉬지 않고 진행된다. 고단한 작업의 연속이었다. 2011년부터 시작된 롱 코어 작업은 바다 깊숙이 내려가 지층의 퇴적물을 채취하는 작업이다. 그동안 해저 깊은 곳에서 퇴적물 6m 정도를 채취하는 게 전부였다. 이번 탐사에서 연구팀은 수심 약 2250m 지층에서 약 14m까지 퇴적물을 얻어내는데 성공했다. 더 깊은 곳의 퇴적물을 채취한다는 것은 그만큼 역사가 오래됐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를 선상에서 코어의 퇴적물성을 잠정적으로 분석해 봤더니 약 80만 년 전의 북극 역사를 담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그동안 접근이 어려웠던 북극의 깊은 속살을 통해 지구 역사를 알 수 있게 된 셈이다.

이번 탐사를 이끌었던 남승일 극지연구소 책임연구원은 "14m에 이르는 깊이의 퇴적물을 얻었다는 것은 큰 의미가 있다"며 "간빙기와 빙하기를 거쳐 온 북극의 역사를 더 깊이 이해할 수 있는 길을 연 것"이라고 평가했다. 남 책임연구원은 "동시베리아와 추크치 해에 존재했을 것으로 추정되는 빙하의 흔적을 찾은 것"이라며 "어느 시기에 빙하기가 존재했는지 등을 추가로 분석해 과거 북극에 기후변화가 어떻게 진행됐는지를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아라온 호 2차 북극 탐사에는 한덕기 광주과학기술원, 장광철 서울대, 조영진 제주대 박사과정생도 함께 했다.
이번 성과는 융합 연구의 결실이라는 측면에서도 관심을 모으고 있다. 2차 아라온 호 북극해 탐사에는 정부출연연구소인 한국지질자원연구원(이하 지자연)이 함께 했다. 국가과학기술연구회(이상천 이사장)는 지난 8월 초 극지연구소와 앞으로 융합연구에 적극 나서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 일환으로 지자연은 앞으로 3년 동안 극지연구소와 공동 연구를 진행할 계획이다. 이번 탐사에서는 강무희 지자연 연구원이 승선했는데 맡은 임무는 '스파커 멀티채널'이었다. 스파커 멀티채널은 음파를 통해 해저의 지층을 연구하는 분야이다.

강 연구원은 "스파커 멀티채널을 통해 하부지층 구조를 밝혀 정확한 빙하기 시기 등을 파악할 수 있었다"며 "앞으로 지속적으로 극지연구소와 공동 연구를 통해 북극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힐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북극의 해빙.

▲북극의 해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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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극 연구, 국제협력에 나서야 = 이번 북극 탐사에는 국내연구팀뿐 아니라 독일과 일본, 미국, 프랑스, 캐나다 연구팀도 함께 했다. 북극 연구는 한 나라의 노력만으로 이뤄질 수 있는 게 아니라는데 전문가들은 의견을 같이 한다. 강무희 연구원은 "우리나라는 아직 북극에 대한 국제협력에서 많은 부분 부족하다"며 "캐나다, 노르웨이, 덴마크, 러시아 등과 앞으로 공동 연구 네트워크 형성하는 등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2016년부터 우리나라도 북극 공동연구에 적극 나선다. 태평양 북극연구 국가들의 협의체인 '태평양북극그룹(Pacific Arctic Group, PAG)'이 대표적이다. PAG는 2004년 4월 북극연구와 극지인프라 협력강화, 정보공유를 위해 우리나라를 비롯해 중국, 미국, 러시아, 캐나다, 일본 등 6국으로 출범했다.

내년부터 태평양 북극해 기후-생태계 관측 공동연구 프로그램(PACEO, Pacific Arctic Climate Ecosystem Observatory이 시작된다. 2021까지 계속 진행될 계획이다. 북극해 연안국인 미국, 캐나다, 러시아와 비연안국인 우리나라와 중국, 일본이 북극해 지역을 분담해 각국의 쇄빙연구선, 내빙선을 활용해 현장조사를 수행한 뒤 연구결과를 공유하는 형식으로 진행된다.

국제협력을 통해 매년 같은 지점을 연구하고 이 데이터를 공유함으로써 연구의 속도를 높이고 입체적 분석 작업까지 가능하다. 참여국은 북극해에서 통합관측을 통해 획득된 모든 자료를 데이터베이스(DB)화 한다. 웹기반 북극해 정보 포탈 시스템을 구축한다. 이를 일반인, 국내외 전문가 등 다양한 이들에게 제공할 예정이다.

▲9월10일 북극 탐사를 끝내고 알래스카 놈에 정박해 있는 아라온호.

▲9월10일 북극 탐사를 끝내고 알래스카 놈에 정박해 있는 아라온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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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은 북극 연구, 적극 지원 이어져야 = 국내 연구팀의 성과가 빛을 발하기 위해서는 적극적 지원도 앞으로 필요하다. 사실 우리나라 북극 연구는 늦게 시작됐다. 학문적 연구를 비롯한 북극 탐험은 1990년대 들어서야 본격화됐다. 1999년 7월 약 70일 동안 중국 쇄빙선 설룡호에 우리나라 연구팀이 승선했다. 2002년 4월 스발바르 군도 스피츠베르겐 섬 니알슨 다산과학기지가 들어섰다. 다산과학기지는 북위 78도55분에 위치하고 있다. 다산과학기지의 건설로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여섯 번째로 남극과 북극에 과학기지를 동시에 운영하는 국가로 이름을 올렸다. 2009년 쇄빙선인 아라온 호가 운항을 시작했고 2010년 북극 연구 항해에 나섰다. 이후 2013년 북극이사회 정식옵서버로 가입했다.

정부는 아라온 호에 이어 제2 쇄빙선을 만들겠다는 계획을 추진 중에 있다. 이런 인프라 구축이 북극을 이해하고 더 나아가 지구의 기후변화를 예측할 수 있는 기본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 탐사에 함께 했던 프랑크 니쎈 독일 알프레드 베게너 극지해양연구소 박사는 "추크치 해와 동시베리아에 존재한 거대빙하의 연구는 앞으로 과학계의 큰 연구 이슈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니쎈 박사는 남승일 박사와 함께 2008년 독일 쇄빙선 폴라스턴과 2012년 아라온 공동탐사를 통해 동시베리아에 존재했던 거대 빙상의 흔적을 세계 최초로 찾아내 네이처 지오사이언스(Nature Geoscience)에 발표 한 바 있다.

남승일 책임연구원은 "북극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아직 가야 할 길이 멀다"며 "장기적 관점에서 지속적 연구만이 북극을 파악하는 기본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북극 하늘의 오로라

▲북극 하늘의 오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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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래스카 배로(북극)=정종오 기자 ikokid@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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