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논의되는 IoT가 기존의 유비쿼터스 센서 네트워크(USN)나 사물통신(Machine to Machine)과 다른 점은 디바이스 중심의 하드웨어적인 접근에서 벗어나 서비스 제공을 위한 정보의 교환으로 중심점이 옮겨지고 있다는 점이다. IoT는 단기적으로는 폐쇄된 시스템에서 특수한 목적을 가지고 정보를 수집ㆍ교환해 서비스를 제공하는 형태로 발전할 것이다.
앞서 언급한 대로 IoT가 진화하기 위해 선결돼야 할 점은 다른 목적을 가지고 수집된 정보를 어떠한 방식으로 공유할 것인지에 관한 기술적 부분이다. 하지만 이러한 기술적 난제를 해결한다 하더라도 수집된 정보의 사용과 서비스 제공의 범위에 대한 사전적인 논의가 필요해 보인다.
앞으로 등장하게 될 디바이스는 고성능 CCTV와 같이 사람의 외향과 행동에 대한 섬세한 인식은 물론 성향, 흥미, 취향과 같은 개인 프라이버시와 관련된 민감한 정보의 수집을 가능하게 할 것이다. 여기에 다른 디바이스로부터 수집된 정보를 결합해 분석할 경우 개인의 특정화가 가능해진다. 이 경우 현재 검색 사이트에서 과거 검색어를 기반으로 제공되는 맞춤형 광고와 같은 개인 맞춤형 서비스가 가능해진다.
망 중립성 또한 본격적인 IoT 시대에 앞서 사전적인 논의가 필요한 부분이다. 망 중립성이란 인터넷으로 전송되는 정보는 그 내용과 유형, 수신자와 발신자에 관계없이 동등하게 취급돼야 한다는 원칙이다. 여기에 덧붙여 IoT가 본격화될 경우 원격의료나 재난안전 시스템과 같이 송수신 지연에 민감한 패킷의 우선권을 인정해야 하는지, 인정한다면 어떤 종류의 패킷에 대해 어느 정도의 우선권을 인정할 것인지에 대한 논의도 필요할 것이다.
IoT를 구현하기 위해서는 센서 기술, 초소형 구동기 기술, 무선 통신기술, 네트워크 인프라 기술, 보안 기술 등 첨단 기술의 준비가 필요하다. 이는 마치 더 빠른 공간 이동을 위해 성능 좋은 자동차를 개발하고 더 넓은 고속도로를 건설하는 것과 같은 준비다. 하지만 이러한 기술적 준비만으로는 사회 시스템 변화로서의 IoT 시대를 맞이하기에는 부족하다. 기술적인 준비에 더해 사회 구성원 모두가 동의할 수 있는 규약과 질서가 필요하다. 기술적인 준비와 사회의 규칙이 조화를 이룰 때야 비로소 IoT는 바람직한 사회 시스템 변화의 기제로 작동할 수 있을 것이다.
진영현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 전략연구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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