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의 유산은 책
어떤 비극적인 소식을 들을 때면 ‘나에게 저리 지독한 일이 생기면 어떻게 견디지?’라며 그 지독한 일을 상상하다 고개를 도리질하며 애써 다른 생각으로 돌리는 경험은 흔하다. 그때마다 ‘아,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이리 끔찍한데 실제로 그런 일을 겪은 사람들의 고통은 얼마나 클까’라는 생각이 들지만 그 고통의 크기는 전혀 체감이 안된다. 그저 이토록 타인의 고통에 무감한 것이 ‘이기적 유전자’를 지닌 동물의 일반성일 거라 뭉게며 지날 뿐이다.
<아빠의 서재>는 몇 년 전 딱 그런 일을 겪었던, 남은 가족들이 같이 쓴 책이다. 아내와 중학생 딸, 초등학생 아들은 애서가이자 평론가였던 남편, 아빠가 유산으로 남긴 책더미를 뒤지며 ‘아빠와의 대화’를 넘어 세상을 헤쳐나가는 ‘밝음’으로 우뚝 섰다. 이 책이 전혀 슬프지 않은 이유이다. 셋이 함께 읽으면 좋을 21권의 책을 골라 읽은 후 각자 쓴 독후감을 가감없이 편집했다. 책을 읽다보면 같은 책을 읽거나 영화를 보고서 느낀 것들을 글로 써서 공유해보는 것만큼 고효율의 대화가 없어 보인다. 스스로를 정리해 나감은 물론 엄마, 누나, 남동생의 서로 다른 입장을 이해하고, 배려하게 되는 지름길이지 싶다.
함께 읽기와 함께 쓰기가 요즈음의 대세라는데 한 번 시도해 보고 싶은 집이라면 ‘어떤 책이 좋을지, 어떻게 하는 건지’에 대한 교본이 될 책이다. 남편 덕(?)에 집에 널린 책에 빠져 살았던 아내의 왕발 독서편력은 쉽게 접하기 어려운 ‘고급 정보’들이다. 이제 철이 좀 들어가는, 글자보다 그림에 익숙한 중학생 소녀 서해의 솔직한 내면은 그만한 아이들의 생각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된다. 레고와 스타워즈를 좋아하는 초등학생 아들의 글은 어디로 튈지 모르는 재미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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