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즉 다음커뮤니케이션은 1995년에 만들어진 기업입니다. 창립 20주년이 뭐 그리 대단한가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인터넷 환경의 놀라운 변화를 감안하면 20년 동안 자리를 지켜온 것을 그리 가볍게 볼 일은 아닙니다. 우리나라 인터넷 역사와 함께한 기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다음의 '최초'는 이것뿐만이 아닙니다. 온라인 보험사를 설립하면서 온라인 금융의 가능성을 보여준 것도, 그리고 라이코스 인수를 통해 세계 인터넷시장의 한 축을 담당하려고 했던 야심찬 인수합병(M&A)도 모두 다음이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시도한 일들입니다.
그러나 다음에서 일해 본 경험이 있거나, 다음을 가까이에서 지켜본 이들이 다음이라는 이름이 사라지는 데 아쉬움을 느끼는 것은 이런 사업활동 때문만은 아닙니다. 오히려 다음이 '즐거운 실험'이라고 불렀던, 참신한 조직문화실험이 제겐 더 인상 깊습니다. 다음은 구성원들이 직책이나 직급 대신 서로를 '~님'이라고 수평적으로 부르도록 실험한 첫 회사입니다. 자유로운 복장문화도 다음이 중요하게 지킨 전통입니다. 2004년부터 본사를 제주도로 차근차근 옮긴 사건도 빠뜨릴 수 없습니다. 곧 실패할 거라는 예상에도 불구하고 제주도에 새로운 뿌리를 내리는 데 일정 정도 성공했고 일과 삶의 조화, 지역 산업의 활성화와 같은 무거운 주제들과 씨름하고 대안을 만들어냈습니다.
그러나 저는 다음이 해 온 실험이 매우 큰 의미가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이재웅 창업자의 말대로 '새롭게 이 사회의 다양성을 좀 더 진작시키면서도 한편으로는 조화롭게 모아내고 세상을 좀 더 살만한 곳으로 바꾸면서도 그 과정을 즐길 수 있는' 조직을 만들어내려는 노력은 갈등과 냉소가 병균처럼 번져가는 지금, 더더욱 간절한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다음에서 뿌려진 씨앗은 또 다른 곳에서 다양한 형태로 자라고 있습니다. 다음에 뿌리를 둔 비영리법인인 다음세대재단은 비영리조직의 정보기술(IT) 지원을 감당하고 있고 이재웅님은 '소풍'이라는 기구를 설립해서 사회적기업에 대한 투자와 보육활동에 전념하고 있습니다. 공동창업자인 이택경님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대표적인 엔젤투자자 및 액셀러레이터로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원년멤버였던 민윤정님은 다음커뮤니케이션 내의 사내벤처 지원조직을 이끌면서 카닥과 같은 회사를 육성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최근 직접 창업을 감행하더니 얼마 전 실리콘밸리에서 공식 데뷔했습니다.
다음커뮤니케이션의 다음은 중의적인 뜻입니다. NEXT라는 의미의 다음과 더불어 여러가지 소리(多音)가 어울어진다는 의미이지요. 20년간의 실험이 조용히 마무리되는 지금, 다음 다음을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기다려봅니다.
김도현 국민대 경영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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