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조업 주력하면 고용 오히려 감소…'서비스 르네상스'는 선택 아닌 필수
일본에서 '잃어버린 20년'이 시작된 원인은 크게 플라자 합의 이후 진행된 엔고와 이에 대한 정부 대응정책의 실패, 내수 침체와 만성적인 재정적자 등이 꼽힌다. 또 부동산 버블이 형성되고 붕괴되는 과정에서 보여준 일본정부의 잘못된 금리정책은 정부 주도의 경제성장 어젠다 설정이 가져올 수 있는 한계를 그대로 드러냈다.
한국경제연구원 관계자는 "일본 장기침체의 시발점은 플라자 합의 이후 정부의 잘못된 진단과 처방이었지만, 내수부진의 근본원인에는 인구구조 변화와 노동시장 공급기반이 약화된 데 있다"고 진단했다.
제조산업 부활을 꿈꾸며 집착을 버리지 못하고 있는 우리나라 상황도 다르지 않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2000년대 들어 제조업이 1% 성장할 때 고용은 오히려 0.1% 감소한 반면 서비스업의 경우는 1% 성장 시 고용이 약 0.7% 증가했다. 추후 일자리 창출의 중심은 서비스업"이라며 "선진국 수준까지 서비스산업 투자와 생산성을 높일 경우 취업자를 최대 69만명까지 늘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이는 법과 규제 등을 포함해 한 나라의 경제생산성을 가리키는 총요소생산성과도 연계된다. 일본의 총요소생산성 증가율은 1985~1990년 3.3%수준에서 2010년 이후 0.7% 수준으로 떨어졌다. 한국 역시 1980년대 4.35%였던 총요소생산성 증가율이 1990년대 2.01%, 2000년대 1.76%, 2010년 이후 1.2% 안팎으로 하락 추세다.
더욱 큰 문제는 일본에 비해 한국의 대외의존도가 훨씬 높고, 산업고도화 수준은 떨어진다는 점이다. 또 일본에 비해 우리나라의 국가재정은 상대적으로 건전한 상태지만, 1100조원이 넘는 가계부채는 뇌관이다.
전문가들은 일본의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 내수 확대, 규제완화를 통한 서비스산업의 고부가가치화가 필수라고 입을 모은다. 제조업 중심에서 서비스업 등 고부가가치산업으로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미국, 일본, 영국 같은 선진국들이 지속적인 산업구조 전환을 통해 고부가가치 서비스 산업 비중을 국내총생산(GDP) 대비 70∼80%까지 끌어올린 반면, 우리나라는 서비스업 비중이 59%에 불과하다.
육성해야 할 핵심 분야는 금융, 관광, 소프트웨어, 문화, 의료, 교육 등이다. 이와 관련해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의료법, 국회의료사업지원법 등이 국회에 계류돼 있는 상태다. 이승철 전국경제인연합회 부회장은 "서비스산업 규제가 제조업의 10배 수준으로 심각하다"며 관련 법안의 통과를 촉구했다.
노동개혁도 주요 과제로 꼽힌다. 일자리 창출을 통해 가계 소득을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정규직과 비정규직, 대기업과 협력사 간 격차를 완화하고, 여성 고용률을 제고해 노동공급기반을 강화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세종=조슬기나 기자 seu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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