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러한 위기에 돌파구가 있을까. 그 힌트를 과거 선진국이 일본, 한국과 같은 후발 공업국가가 빠르게 추격할 때 대처하고 변화했던 모습에서 찾아보자. 1980년대 일본의 경제 성장에 위협을 느낀 서양의 선진국들은 기술 보호주의를 강화했다. 개도국으로의 기술 이전을 억제하고 제조 생산에 소요되는 기술에 대한 사용료를 받음으로써 선진국의 부가가치 창출을 유지하려는 전략이었다. 1990년대 이후 미국을 중심으로 선진국들은 세계화와 신자유주의를 통해 무역 장벽을 완화하고 지식재산권을 글로벌 규제로 확립했다. 이 또한 생산의 분업화가 전 세계로 확대되는 과정에서 지식경제로 전환한 선진국들이 지식관련 생산 행위와 결과에 높은 값을 매김으로써 전체 글로벌 가치 사슬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한 전략이다. 글로벌 생산 절차에서 선진국일수록 고부가 부품소재와 지식재산 영역을 담당하고 개도국일수록 원료, 단순부품, 완제품 조립을 맡는다. 전자의 영역은 후자보다 높은 값이 매겨지는데 이를 통해 생산 절차의 분업화에 따른 교역이 증가하고 개도국의 공업화가 일어나더라도 개도국과 선진국의 경제 격차가 쉽게 줄어들지 않는다.
하지만 현재 고부가 지식재산 영역에서 한국의 경쟁력이 높다고 보기 어렵다. 글로벌창조력지수(캐나다 토론토대 마틴 연구소) 2015년 조사에서 우리나라는 세계 31위다. 창조력을 구성하는 세 개의 요인을 기술, 인재, 관용으로 나누었을 때 우리나라는 기술에서는 1위지만 인재와 관용 면에서는 각각 세계 50위, 70위에 머문다. 글로벌혁신지수(미국 코넬대 등) 2014년도 조사에서 한국은 16위다. 그 세부 내용을 살펴보면 혁신 인프라, 연구, 지식과 기술의 산출량은 세계 5위 내외의 높은 순위지만 혁신 관련 제도, 비즈니스 성숙도, 창조적산출물지수는 30위 바깥이다. 우리나라 과학기술과 지식의 성숙도는 높아졌지만 이를 경제적 창조력으로 연결시킬 제도와 문화, 기업 환경은 여전히 미성숙한 상태라는 점이다.
따라서 한국 경제가 더 나은 미래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과감한 제도 개혁과 문화적 전환이 필요하다. 규제, 보상체계부터 일하는 방식, 심지어 토론하고 회의하는 문화까지도 선진국 수준으로 바꿔야 한다. 획일적인 평가, 실력보다 정치가 우선하는 조직 문화 등 우리나라 제도와 문화에 침투해 창조와 혁신을 저해하는 요소들을 줄여가는 것 또한 미래 한국 경제의 모습을 지금의 우리가 원하는 대로 만드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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