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섬에서 미래를 보았다’는 책을 선뜻 고른 이유이다. 육지에서 그리 멀지 않은 남해안의 꽤 큰 섬이었던 필자의 고향은 1970년대에 약 3만 5천 여 명의 인구가 살았었다. 33개의 마을에 분교까지 모두 11개의 초등학교, 2개의 중학교가 학생들로 가득 찼고, 80년대 초반에는 1개의 고등학교까지 들어섰다. 그새 다리도 놓아져 육지로 변신했다.
우리보다 앞서 경기침체와 청년 취업난의 문제를 겪고 있는 일본 젊은이들의 이야기다. 대학과 대학원 졸업 후 입사한 대기업 도요타, 도쿄의 IT벤처기업 사원을 그만 두고 섬으로 들어와 ‘주식회사’를 차린 지 5년, 여러 시행착오를 겪어가면서 처음 도전했을 때의 생각대로 섬에서 미래를 찾아 온 정착 과정과 세세한 방법론을 다룬 책임은 제목 만으로도 추측 가능하다.
이 책이 점수를 받는 것은 외딴 섬에서 창업한 대도시 엘리트 청년들의 경험과 스토리도 좋지만 그들이 섬을 택한 이유가 대단해서다. 시네마 현 북쪽 60Km 지점의 아마섬은 주민 2,311명 중 40%가 65세 이상이고 일년에 태어나는 신생아는 열 명 미만이다. 면 단위 섬이 직면한 빈약한 재정, 일자리 부재, 저출산고령화 등의 문제는 그대로 일본 전체가 앞으로 직면할 문제의 축소판이다. 아베와 노부오카, 두 젊은이는 ‘우리가 이 섬에서 일으킬 작은 일이 일본의 희망이 될 수도 있다’는 믿음으로 그 섬에 갔던 것이다. 참으로 대단하다.
“섬에 오면 대도시 경력 자체가 경쟁력”이라고 섬에 사는 사람이 분명히 말했었다. 섬이 많은 지역의 공무원 공채 때 정원을 다 못 뽑아 애 먹는다는 기사를 그리 오래지 않은 과거에 분명히 보았다. 김훈의 장편소설 ‘칼의 노래’ 첫 문장은 ‘버려진 섬마다 꽃이 피었다’로 시작한다. 청년들이 피워내는 미래 한국의 꽃이 섬에서 만발하기를 진심으로 바라는 건 무리일까? 이 책의 번역가는 산골에 살고, 출판사 역시 서울 출신이 경남 통영에서 운영 중이다.
(우리는 섬에서 미래를 보았다 / 아베 히로시 외 지음 / 정영희 옮김 / 남해의봄날 펴냄 / 1만4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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