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그룹의 경우 1990년대 후반부터 형제들의 경영 다툼이 거셌다. 창업주인 정주영 회장이 5남인 고 정몽헌 회장을 후계자로 지목하려던 것에 차남인 정몽구 회장이 반발하며 '왕자의 난'이 시작됐다. 형제간의 다툼은 재계 1위였던 현대그룹의 계열분리까지 몰고 갔다. 5남 정몽헌 회장은 이에 현대아산 현대건설 현대상선 현대전자 등의 20여개 계열사를, 차남 정몽구 회장은 현대차 등 10개 계열사를, 3남 정몽근 회장은 현대백화점, 6남 정몽준 회장은 현대중공업을 나눠가지며 '왕자의 난'은 막을 내렸다. 결국 재계 1위 현대그룹은 현대차ㆍ현대ㆍ중공업ㆍ현대백화점 등 4개 그룹으로 쪼개지고 말았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의 형제간 분쟁은 아직까지 진행 중이다. 고 박인천 창업주가 타계한 이후 금호그룹은 형제간 공동경영 원칙을 지켜왔다. 장남인 박성용 회장과 차남인 박정구 회장, 3남인 박삼구 회장이 차례로 그룹 회장을 맡았다. 문제는 박삼구 회장과 4남인 박찬구 회장의 갈등이었다. 2009년 박삼구 그룹 회장 주도로 대우건설과 대한통운을 인수했는데, 이 때문에 그룹이 유동성 위기에 빠졌다. 이에 박찬구 회장은 자신이 담당하던 금호석유화학을 살리기 위해 금호산업 지분을 매각하고 금호석화 지분을 사들여 금호아시아나그룹과 분리 경영을 추진했다. 이에 박삼구 회장이 박찬구 회장을 대표에서 해임하며 동반 퇴진을 선언했고, 이후 두 형제는 수년간 각종 법정 다툼을 이어오고 있다. 서로를 배임 등으로 고소한 2건의 형사사건은 아직도 결론이 나지 않았다.
효성그룹은 창업주인 조홍래 회장이 형제간 선 긋기를 명확히 해 형제간 분쟁의 소지를 막았다. 장남인 조석래 회장에게는 효성을 물려주는 대신, 차남(양래)에게는 한국타이어를, 3남인 욱래씨에게는 대전피혁을 주면서 혹시 있을지 모를 분쟁을 미연에 방지했다. 문제는 3세간 갈등이었다. 조석래 회장의 아들 3형제가 비슷한 시기에 입사해 비슷한 지분을 가지고 후계구도 경쟁을 한 것이 비극의 씨앗이었다. 특히 조석래 회장의 장남 조현준 사장과 차남인 조현문 전 부사장 간의 형제 갈등이 심해지는 가운데 조 회장 부부와 3남인 조현상 사장이 조현준 사장 편을 들자 2011년 조 전 부사장은 그룹과 결별을 선언했다. 이어 2013년 2월 조 전 부사장은 자신이 보유한 효성지분 (7.18%)을 전량 매각했고, 이듬해 6월 형인 조현준 사장과 그룹 계열사 전 현직 임원을 업무상 배임ㆍ횡령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이 사건은 현재 서울중앙지검 특수 4부에 배당돼 수사가 진행중이다.
고형광 기자 kohk010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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