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케다 초베이 2세, 3세, 4세,5세가 가업을 승계했다. 다케다 초베이 4세는 말라리아 약 등을 수입하다 수요가 늘자 해열제 등으로 쓰인 염산키니네, 설사제 등을 생산하는 약품 공장을 지었다. 1914년에는 일본 제약 기업 최초로 연구개발(R&D)센터를 설립했다.그의 아들 다케다 초베이 5세는 1925년 법인을 설립하고 1943년에는 다케다 화학공업으로 이름을 바꿨다.
그는 특히 자기를 비롯해 간부 자녀의 다케다 입사를 금지하는 규칙을 만들었다. 간부 자녀가 들어온다고 반드시 나쁜 것은 아니다. 그러나 옥석이 뒤섞여 들어올 수도 있고 그런 사람이 권력을 차지하면 회사에 마이너스가 될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한 것이다. '옥석혼효(玉石混淆)'를 막겠다는 게 그의 생각이었다.
다케다제약은 일본에 뿌리 깊이 박힌 가업 중시, 가업 승계의 전통을 보여주는 사례다. 다케다는 '성실'을 중시하는 '다케다이즘'을 낳았다. 일본에는 다케다제약처럼 수백 년 역사를 자랑하는 많은 기업들이 다양한 분야에 즐비한데도 가업 승계와 관련된 잡음은 거의 들리지 않는다. 온갖 역경 속에서도 신제품 개발을 게을리하지 않았다. 100년 전에 R&D센터를 만들어 세계적인 제약기업으로 우뚝 선 다케다는 한 예이다. 기업 역사가 일천한 한국과는 딴판이다.
이렇게 가족 간 경영권 분쟁으로 시끄러운 한국을 일본인들은 어떤 눈으로 볼까. 그들은 우리를 대등한 상대로 볼까. 아니면 그들의 표현대로 한 수 아래인 '하수'로 볼까. 속을 드러내지 않은 일본인들이 여기에 답할 리 만무하다. 그러나 나는 후자에 가깝다고 본다. 일본에서 사업을 하고 일본인과 결혼해서 자식을 낳고서도 일본인 같지 않는 행동을 하는 롯데를 보면 그런 생각을 했을 법하다.
일본은 우리나라를 34년11개월14일간 지배하면서 수탈을 일삼고 핍박을 강제한 나라로 우리가 세계 일류 국가가 되기 위해서는 반드시 극복해야 할 나라다. 그러나 그것은 결코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다. 70여년 전 탱크와 전투기, 항공모함과 잠수함까지 만든 고도의 기술력을 갖추고 있고 가업의 승계 전통도 철저히 지키고 있는 일본이다. 일본을 이길 기술 확보를 위해 연구개발에 매진해도 힘들 판에 경영권 다툼을 벌여서야 가능하겠는가.
박희준 논설위원 jacklond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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