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이런 파격적인 연봉을 받으면 더 열심히 일할까요? 많은 연구들을 종합하면 금전적인 인센티브와 좋은 성과와의 직접적인 연관관계는 없다고 봐야 합니다. 동료들의 인정, 업무가 주는 즐거움과 같은 요소가 더 큰 영향을 미치지요. 하지만 우리의 직관은 어쩐지 돈을 많이 주면 더 열심히 일하게 될 것처럼 느낍니다.
어떤 의사결정에서 직관이나 경험 대신 과학적인 근거를 따르는 일은 꽤 귀찮은 일입니다. 일상의 모든 사소한 의사결정을 이런 식으로 하면 삶이 너무 복잡해질 것입니다. 하지만 엄청난 경제적, 그리고 사회적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기업의 중요 의사결정이 검증되지 않은 주장이나 '느낌'을 따른다는 것은 안타까운 일입니다.
2000년대 중반 이후, 일군의 경영학자들은 '근거기반 경영(EBM: Evidence Based Management)'이라는 개념을 외치기 시작했습니다. 경영학의 누적된 연구성과를 근거로 한 경영의사결정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것이지요. 물론 아직 갈 길이 멉니다. 경영학에서 만들어진 연구결과들은 실제 경영자들이 사용하기에 적절하도록 도구화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경영자들에게 논문을 수십 편 읽고 의사결정을 하라는 것은 모든 환자들이 의학논문을 찾아 읽으라는 것만큼이나 지나친 요구이니까요.
흥미로운 것은, 통념과는 충돌하는 경영학 연구결과를 조직에 도입하는 실험적인 기업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조직의 위계를 모두 없애버린 자포스의 예는 잘 알려져 있는데, 최근에는 대표이사의 임금을 직원 최저수준으로 낮춘 그래비티 페이먼트라는 회사의 사례가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이 회사의 대표 댄 프라이스는 직원들의 연봉 하한선을 7만달러로 크게 높이고, 11억에 달하던 자신의 연봉도 이 하한선으로 낮추었습니다. 이 결정이 과연 잘 된 것인지에 대한 논란은 여전히 뜨겁고 그 성과도 지켜보아야 할 것입니다. 그러나 적어도 이 결정은 꽤 '근거'가 있습니다.
김도현 국민대 경영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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