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화·수명 조절할 수 있을까…장수 RNA 효소 발견

국내 연구팀 "노화와 수명 연구에 큰 도움될 듯"

▲쁜꼬마선충의 수명측정실험 모식도.[사진제공=IBS]

[아시아경제 정종오 기자] 장수에 필요한 RNA 효소가 발견됐다. 국내 연구팀이 노화와 수명 조절에 주요 역할을 하는 새로운 효소를 규명해 관심을 모으고 있다.

그동안 노화 조절에 대해 DNA나 단백질 차원에서의 연구는 많았는데 상대적으로 RNA의 구조와 기능에 초점을 맞춘 노화 조절에 대한 연구는 적었다. 이번 연구는 RNA의 구조와 기능 조절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RNA 이중나선분리효소가 수명 조절에 어떤 역할을 하는지 밝힌 연구이다.

연구팀은 예쁜꼬마선충이라는 동물 노화 모델 생물체에서 작용하는 전체 RNA 이중나선분리효소를 찾고 이들의 기능을 전반적으로 조사한 결과 이들의 상당수 (약 40%)가 노화와 수명 조절에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밝혔다.

연구팀은 이들 RNA 이중나선분리효소 중에서 HEL-1이라는 특정 효소의 기능을 자세하게 연구한 결과 이 효소를 야생형에서 과다 발현시킬 경우 수명을 최대 18% 증가시켜 주는 것을 확인했다. 또 일반 야생형에 비해 2배 이상 오래 사는 돌연변이 예쁜꼬마선충에서 HEL-1 효소 단백질의 기능을 떨어트렸을 때 수명이 약 39% 단축되는 것을 확인했다.

연구팀은 HEL-1이 특히 인슐린 신호 조절을 통해 작용함을 알아냈다. 예쁜꼬마선충에서 인슐린 신호 경로가 수명 조절 유전자 수용체(DAF-2)를 통해 활성화 되면 수명이 짧아졌다.

눈길을 끄는 결과중 하나는 HEL-1의 수명 연장 기능이 모든 조직에서 작용하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이었다. 신경과 장 조직에서 작동하고 근육이나 피부조직에서는 작동하지 않는다는 것을 확인했다.

이번 연구는 사람의 장수에 기여하는 단백질을 찾고 노화 조절 물질을 개발하는데 크게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기초과학연구원(IBS) 식물노화수명연구단((단장 남홍길, DGIST New Biology 전공 Fellow 교수)이 POSTECH 연구팀과 공동 연구를 통해 진행됐다.

미국학술원회보(PNAS, IF 9.809)3) 7월 21일자(한국시간 새벽4시) 온라인판(논문명: RNA helicase HEL-1 promotes longevity by specifically activating DAF-16/FOXO signaling in C. elegans)에 실렸다.

제1저자는 서미화 IBS 식물노화·수명연구단 연구원, POSTECH 시스템생명공학부 석박통합과정 등이다. 공동 교신저자는 남홍길 IBS 식물노화·수명연구단 단장(DGIST New Biology 전공 Fellow 교수), 이승재 POSTECH 생명과학과/시스템생명공학부 교수이다.

남홍길 단장은 "이번 연구는 기존에 잘 알려져 있지 않았던 RNA 구조와 기능 변화를 통한 노화와 수명 조절이란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공하게 될 것"이며 "진화적으로 생명체에서 잘 보존돼 있는 기전인 만큼 사람의 노화와 수명 연구에도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전했다.

정종오 기자 ikokid@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