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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억 떼였지만 손님 없는데 문 닫아야죠" 개인 대부업자의 한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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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현주 기자] "밥벌이 겨우 했는데 이젠 정리해야죠. 내가 뭐 큰 돈 벌어서 부자 되려고 이 일을 시작한 건 아니에요. 퇴직금도 있고 해서 생활비나 벌어보려고 했죠. 이젠 조그마한 사무실 임대료도 못 낼 판국에 그만 둘까 생각 중입니다."

일흔을 바라보는 박정수(남·가명)씨는 지난 2009년 관악구 봉천동에서 대부업을 시작했다. 30여년간 월급쟁이로 살다 퇴직하고 시작한 일이다. 처음엔 자신이 없어 대부 중개업자를 통해 투자만 했다. 돈을 빌릴 사람이 있다고 하면 중개업자 알선을 통해 돈을 빌려줬다. 그러다 6년 전 본격적으로 혼자서 대부업을 시작했다. 열평 남짓한 작은 사무실엔 직원 한 명 없고 박씨 혼자다.
"은행에서 돈 빌려 시작했는데 이제는 한도가 더 안 나온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작은 아들한테 은행 돈 빌려서 나 좀 빌려다오라고 말했더니 매몰차게 거절하대요. 결국 금리 더 높은 보험사 통해서 돈을 빌렸죠. 지금 빌려준 돈을 다 받아야 이 일을 그만 둘 수 있을 텐데. 이때까지 떼인 돈 합치면 1억 정도는 될 걸요?"

박씨의 사무실엔 최근 발길이 뚝 끊겼다. "처음 시작할 때만 해도 2~3명씩은 알음알음 찾아오더니 몇 달 전부턴 아예 사람이 없어요. 들어오는 사람은 다양했죠. 다들 급한 사람들이었는데 직업이나 성별은 그때그때 달랐어요." 박씨는 담보대출을 위주로 영업하며 금리는 연 24%를 받는다. "우리처럼 동네에서 하는 대부업자들은 20%를 많이 안 넘겨요. 많이 받아봐야 20% 후반 정도? 우리가 큰 데들 보다 오히려 금리가 낮은데 사람들이 잘 모르고 안 찾아오는 것 같아요. 다들 어디로 가는지 진짜 요샌 사람이 없어요."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말 현재 대부잔액은 11조1600억원으로 전년대비 11.4%(1조1400억원) 증가했다. 자산 100억원 이상 대형 대부업체를 중심으로 규모가 늘었다. 대형업체 수는 실태조사 집계 이후 최다를 기록했으며 개인신용대부 취급 상위 10개 대부업자 대부잔액은 지난해 말 전년대비 9232억원 증가했다. 개인 등록 대부업자는 지난해 말 7016명으로 전년대비 604명이 줄었다.
요즘 개인 대부업자들 사이에선 등록하지 않고 영업하는 게 더 낫다는 얘기도 돈다. 등록하게 되면 금융감독원과 지방자치단체의 관리를 받게 되는데 지역구청에서 공무원들이 나오면 머리 아픈 일이 많이 생긴다고 한다.

"감독한다고 나와서는 대출 서류 같은 걸 쭉 훑어보는데 아무 것도 지적할 게 없어도 실적을 올려야 하는 건지 뭔가 한 가지라도 지적을 하고 갑니다. 우리 같은 영세업자들은 앉아서 당하는 수밖에 없죠 뭐." 박씨는 최근 고객의 신용조사를 제대로 하지 않아 벌금 50만원을 물었다. "그런 조사가 있는지도 몰랐는데 자세히 알아보니 양식도 없어서 사업자가 알아서 다 만들어야 한다고 하더라고요. 황당했습니다. 큰 곳에서나 그렇게 하지 나는 혼자서 하는데 어려운 게 한, 두 가지가 아니에요."

박씨는 대부업 금리가 내려가게 되면 돈이 급한 사람들은 사채 시장으로 내몰릴 것이라고 말했다. 사채는 지방자치단체에 등록하지 않고 돈을 빌려주는 금융업으로 이자제한법에 따라 최고이자율은 25%다. 그러나 대부분 이보다 더 많이 금리를 받는 불법 사채가 많다. "나도 소문으로만 그런 불법 사채를 하는 사람들이 있다고 들었는데 우리도 정리하고 나면 급한 사람들은 당장 그쪽에 손을 벌릴 수밖에 방법이 있나요."



이현주 기자 ecolhj@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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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주 기자 ecolhj@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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