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전문가가 그렇게 진지하게 가계 빚을 걱정하는 건 처음 봤다. 며칠 전 사석에서 만난 한 부동산 프라이빗뱅커(PB)는 "금리가 떨어지면서 전셋값이 오르고 이 때문에 빚을 내서라도 집을 사려는 수요가 뚜렷해졌다"면서 "거품이 낀 지금 집값을 다음 세대가 부담해줘야 하는데 일자리를 구하기도 힘든 청년 세대가 받쳐줄 수 있을지 솔직히 걱정된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지난 1월 말에만 해도 "고소득 차주(借主)가 가계부채의 70%를 차지하고 있어 크게 걱정할 필요가 없다"며 내 집 마련에 나서라고 추천했던 이였다.
이쯤에서 고백하자면 기자 또한 빚을 내 집을 샀다. 초저금리 시대, 빚을 잘 관리하며 이용하는 것도 재테크의 한 방법이라고 생각했다. 빚에 대한 걱정보다는 집 값이 얼마나 뛸지에 더 관심을 기울였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요즘들어 부쩍 무서워졌다. 나 하나 쯤으로 여기며 낸 빚을 국민 전체로 모아보니 많아도 너무 많다. 질은 더 나쁘다. 한은의 금융안정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가계 부채의 부실 가능성이 있는 위험가구는 112만여가구로, 전체 부채 가구의 10%를 넘는다. 하필 이럴 때 미국이 기준금리를 올리겠다고 한다. 미국 금리인상의 충격파가 밀려오면 가계부채는 우리 경제위기의 핵심 뇌관이 될 게 뻔하다. 당장 112만 위험가구가 파산 위기에 처할 수 있다.
이은정 기자 mybang21@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