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ar_progress
[AD]

아시아경제 최신 기획이슈

[이승종의 환율이야기]"한 푼만 줍쇼…" 한 푼은 얼마일까? '

최종수정 2015.07.05 14:52 기사입력 2015.07.05 14:04

댓글쓰기

상평통보

상평통보


[아시아경제 이승종 기자] 허생전을 읽다보면 허생이 한양 최대 부자인 변씨를 찾아가 만 냥을 융통하는 대목이 나온다. 허생은 특유의 경제 감각으로 만 냥을 순식간에 백만 냥으로 불리고는 변씨에게 보란 듯이 10만 냥을 내준다.

허생전을 읽고나서 자연스레 드는 궁금함이 있다. '만 냥은 지금 돈으로 얼마인데 변씨가 그토록 선뜻 빌려준 것일까?' '허생은 백만 냥으로 한양의 경제를 쥐락펴락했다고 하는데 어느 정도 가치인 걸까?'

조선시대 화폐를 지금 원화로 바꾸려면 어김없이 환율이 개입된다. 조선에도 화폐가 있고 지금도 화폐가 있으니 남은 건 교환 비율일 뿐이다.

조선시대 수 차례 화폐가 만들어졌지만 조선 전기까지는 실제로 유통되지 않는 경우가 더 많았다. 화폐가 본격적으로 대중에게 보급된 건 조선후기 숙종 때 상평통보(常平通寶)가 제조되면서부터다.

조선시대의 화폐 단위인 1문은 1푼이라고도 했으며, 10푼이 1전, 10전이 1냥이 됐다. 10냥은 1관인데 관이 최고 화폐 단위였다. 당시 숙종은 돈 400문을 은 1냥 값으로 정하여 유통하게끔 했다.
조선시대나 지금이나 우리의 주식(主食)은 쌀이다. 조선시대 쌀 값을 보면 국가가 정한 공식 가격이 쌀 1섬에 5냥이었다. 1섬은 대략 쌀 144kg정도다. 지금 쌀 20kg짜리가 시중에선 4만원 정도에 팔리니 조선시대 1섬은 지금 가격으론 29만원 정도가 된다. 29만원이 5냥이니 조선시대 1냥은 6만원 정도라고 볼 수 있다.

그렇다면 허생전의 변씨가 허생에게 빌려준 만 냥은 현재 가치로 6억원이고, 이를 허생이 600억원으로 불린 셈이다. 허생은 600억원 중 300억원은 바다에 던져 버렸고, 나머지는 가난한 이에게 나눠준 뒤 그래도 남은 60억원을 변씨에게 돌려준다. 현재 화폐로 계산해 보니 허생이 대단한 인물이었음이 피부로 느껴진다.

동냥하는 이들이 흔히 "한 푼만 줍쇼"라고 하는데 여기서 한 푼은 얼마일까. 1냥이 6만원이니 1전은 6000원, 1푼은 600원 정도다. 한 푼만 달라는 소리가 지금으로 치자면 교통비도 되지 않는 돈을 구걸하는 셈이다. 다음 주에는 조선시대 환율 이야기를 보다 자세히 알아보자.

ps. 현재는 쌀 생산이 기계화로 이뤄져 대량 생산이 가능하다. 조선시대 쌀은 수요에 비해 공급이 모자랐기에 지금보다 가치가 훨씬 높았으리라고 추정된다. 따라서 위 환율은 참고로만 봐주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이승종 기자 hanarum@asiae.co.kr

<ⓒ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간격처리를 위한 class